1936년 1월 『조광』에 발표되었다. 남녀간의 사랑의 감정을 반어적 수법으로 조명한 작품이다.
다방 마담으로 있는 영숙은 손님 가운데 전문학교에 다니는 한 학생에게 마음이 끌린다.
그 학생은 다방에 와서 한쪽 구석에 조용히 앉아 있거나, 슈베르트의 「미완성교향곡」을 들려달라는 쪽지를 보내오기도 하였다. 영숙은 그 학생이 자기를 사랑하고 있지만 용기가 없어서 고백을 못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그 학생으로 하여금 말을 걸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려고 노력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하루는 그 학생이 친구와 둘이서 나타나 「미완성교향곡」을 듣다가 성난 호랑이처럼 달려와 레코드판을 깨어버린다. 놀라는 영숙에게 그 전문학교 학생의 친구가 전후사정을 들려준다.
사실인즉, 학생은 교수의 부인을 사랑하였으나 기성 윤리가 그것을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드러내놓고 사랑할 수 없었는데 그 교수 부인이 병원에 입원하여 있다가 오늘 숨졌다는 것이다. 그래서 전문학교 학생은 심한 좌절감과 슬픔에 빠져 그런 격렬한 행동을 하였다고 밝힌다.
그때서야 아네모네의 마담 영숙은 그 학생이 자기를 사랑한 것으로 착각하였음을 알고 서글픈 심정에 빠진다는 내용이다.
이 소설은 「사랑손님과 어머니」(1935)·「추물(醜物)」(1936)·「왜 왔던고」(1937) 등과 비슷한 시기에 발표된 작품으로, 남녀간의 섬세한 사랑의 감정을 조용한 자세로 관찰하고 그것을 독자에게 제시하고 있다.
그러면서 사랑의 감정이 어떻게 싹트고 어떻게 좌절되고 있는가를 보이고 있다. 「사랑손님과 어머니」에서 사랑의 좌절은 기성 윤리에 의한 것이듯, 이 작품에서 전문학교 학생과 교수 부인의 사랑의 좌절도 비슷한 이유에서 빚어지고 있다. 이 소설은 아네모네 마담의 일방적인 감정의 좌절이 겹치면서 그 음영을 잘 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