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2년에 박문서관(博文書館)에서 출간하였다. 1910년 전후를 시대적 배경으로, 서울·대구·개성·진주 등 국내의 각처뿐만 아니라, 중국·유럽·아프리카·오스트레일리아·남양군도에 걸친 광범한 무대에서 사건이 전개되는 애정소설이다.
김상현(金商鉉)은 생선장사를 하는 춘식(春植)의 동생 박정애(朴貞愛)를 흠모하여, 어머니가 택하여준 정봉자(鄭鳳子)를 마다하고 정애와 결혼한다.
그러나 시누이 영자와 봉자가 짜고서 정애를 모함하여 정애는 친정으로 내쫓긴다. 이에 상현은 세계일주를 떠나고, 정애는 정신병에 걸린다. 이때 봉자와 영자의 죄과가 탄로나고, 시어머니는 며느리의 무죄를 깨닫고는 정애를 찾으러 떠난다. 그 뒤 상현은 귀국하여 판사가 되고, 정애도 회복되어 재결합한다.
한편, 회개한 봉자와 영자가 간호원이 된 뒤 중상을 입은 상현을 소생하게 함으로써 모두 상봉하고, 상현은 봉자를 첩으로 맞이한다.
이 작품은 구성·인물·주제면에서 특징적인 면을 보이고 있다.
우선, 구성면에서는 사건의 전개가 시간적인 흐름에 평행되는 종합적 구성법이 아니라, 사건의 인과적 계기에 따라 시간적 흐름이 역행되는 해부적 구성 방법을 원용하고 있다.
그리고 등장인물에 있어서 선악의 두 가지 형으로 의도적인 구분을 하면서도, 종래 소설의 양분법에 추종하지 않고 진정한 애정 갈등에 초점을 두었다는 점이 또한 특징이다. 결국 이 작품의 주류는 애정의 삼각 갈등에 있으며, 작자는 여기에서 근대적인 자아에 눈뜬 지식층 여성의 자유 애정관에 의한 각축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작자는 이 작품 속에서 기존 가치관의 절대적 척도이던 신분제도의 붕괴와 더불어, 이에 대치되는 신시대의 새로운 현상으로 신지식의 습득, 금력의 권위에 따르는 근대 자본주의사회로의 점차적인 변모과정의 양상 등을 암시하고 있다. 그러나 결국 일부다처라는 결말 양식은 궁극적으로 이 소설의 근대성을 제한하는 한계로 평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