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6판. 94면. 작자의 세 번째 시집으로 1947년 4월 아문각(雅文閣)에서 그 초판이 간행되었다. 책 끝에 저자의 발문(跋文)으로 「‘오랑캐꽃’을 내놓으며」가 있고 총 29편의 작품을 8부로 나누어 수록하고 있다.
제1·5·8부에는 「오랑캐꽃」·「절라도 가시내」·「항구에서」 등을 각각 한 작품씩 싣고, 나머지 제2부에는 「불」·「밤이면 밤마다」 등 8편, 제3부에는 「꽃가루 속에」·「버드나무」 등 5편, 제4부에는 「벽을 향하면」·「다시 항구에 와서」 등 4편, 제6부에는 「두메산곬 1∼4」, 제7부에는 「슬픈 사람들끼리」·「뒤ㅅ길로 가자」 등 5편을 각각 수록하고 있다.
저자는 여기에 모은 시편들이 모두 자신의 두 번째 시집인 『낡은 집』(삼문사, 1938) 이후, 그러니까 1939∼1942년까지 신문이나 잡지에 발표된 작품들이라 하고 있으나, 광복 후에 발표된 것도 몇 편 있다.
원래 이 시집은 1942년 서울을 떠나 고향으로 돌아가기 전에 간행하려다가 내지 못하고, 그 이듬해 봄에 모종의 사건에 연루되어 함경북도 경찰부에 원고를 송두리째 빼앗겼다고 한다. 그리하여 8·15광복 이후 그것들을 신석정(辛夕汀)·김광현(金光現)·유정(柳呈) 등이 다시 수집하여 출간한 것이다.
수록한 시편들의 특색은 시집 『분수령(分水嶺)』이나 『낡은 집』에 실린 초기 시편들의 투박함이나, 사상성보다는 잘 다듬어진 언어의 기교(技巧)에 있다. 그러나 이런 언어적 기교는 그 자체로 끝나지 않고 당대 사회현실로서 우리들이 공감할 수 있는 비분(悲憤)을 안으로 심화시키고 있다.
수록한 시편 중에서 「오랑캐꽃」과 「절라도 가시내」는 이용악의 대표작이 되고 있는 바, 유이민(流移民)의 망국적 비애와 궁핍화(窮乏化) 현상을 주제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