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9년 10월 『현대문학』에 발표되었고, 같은 해 작자의 제2창작집 『오발탄』에 수록되었다. 6·25 후의 암담한 현실을 리얼하게 부각시킨 작품이다.
계리사(計理士) 사무실의 서기로 일하면서 양심과 성실을 좌우명으로 삼고 살아가는 송철호(宋哲浩)가 주인공이다.
그리고 제대 군인으로 양심 따위는 아랑곳없이 세상 돌아가는 대로 사는 것이 옳다고 자포자기한 동생 영호, 북쪽 고향을 그리워하다 미쳐버린 어머니, 양공주로 가정의 생활에 보탬을 하는 누이동생을 구성원으로 하여 빚어내는 사건의 연속이다. 끝내 아내는 병원에서 죽고, 남동생은 강도죄로 경찰에 체포된다.
이런 불운 속에서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주인공 철호는 끝내 현실 앞에서 주저앉고 만다. 살아가기는 가야 하는데 지금도 가고 있기는 가고 있는데, 정작 자기가 가고 있는 방향을 모르고 허탈증에 걸려 세상에 태어난 것은 ‘조물주의 오발탄’이라고 내뱉는다. 이러한 절망과 좌절 속에서 정신적 지주를 잃은 불행한 인간들에 대한 고발과 증언이 무리 없이 그려져 있다.
이 작품에서 양심을 지켜 성실하게 살아야 그것이 진정한 삶이라고 믿었던 선량한 주인공이 현실에서 감당할 수 없는 패배와 굴욕을 감수해야 하는가에 극적인 비감을 맛보게 된다.
이 작품은 이범선의 초기의 작품과는 달리 사회의 어두운 면을 리얼하게 그려냄으로써 사회고발의식을 담고 있다. 작자는 이 작품으로 1961년 제5회 동인문학상(東仁文學賞) 후보상을 수상하였다.
또한 1962년에는 제1회 5월문예상(五月文藝賞) 장려상을 수상하면서 문단의 각광을 받게 되었다. 초기의 작품에서는 주로 깨끗하고 고고하고 소극적인 인물들이 등장하였으나 「오발탄」 이후 점차 사회와 현실에 대하여 비판적인 입장을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오발탄」·「냉혈동물」·「환상」·「사직(辭職) 고개」 등을 묶어 1959년『오발탄』을 출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