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씨절행록」은 작자 · 연대 미상의 고전소설이다. 여주인공 위씨가 남편과 시부모와의 갈등으로 인해 시가에서 쫓겨나고, 친정에서 제안한 개가를 거절하고 정절을 지키기 위해 여승이 되어 원적사에 머물다가, 끝내 시부모와 남편이 지난 잘못을 뉘우친 뒤 다시 시가로 돌아가 화목한 가정을 이룬다는 내용의 윤리 소설이다.
1권 1책. 국문 필사본(筆寫本). 여성의 정절을 주제로 한 윤리 소설이다.
작품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중국 송나라 희종황제 때 우승상(右丞相)을 지낸 소주인은 첫째 아들 소형, 둘째 아들 소계, 셋째 아들 소잠을 두었다. 첫째 아들의 부인은 강씨, 둘째 아들의 부인은 주씨이며, 셋째 아들은 아직 미혼이다. 맏며느리 강씨보다는 둘째 며느리 주씨가 자색(姿色)이 수려하고 언사(言辭)가 간교(奸巧)하여, 소주인 부부가 주씨를 편애한다.
소잠이 18세 되는 해 과거에 장원 급제하고 한림학사(翰林學士)가 되어, 이웃에 살고 있는 전 승상 위상목의 딸과 혼인한다. 주씨는 자기보다 더 아름다운 위씨를 시기하여 모해(謀害)한다. 이에 소 승상 부부는 위씨를 멀리하며 학대(虐待)하고 아들 소잠마저 미워하기 시작한다.
위씨의 삼촌인 승상 최경이 권세(權勢)를 잡고 국정을 어지럽히니, 소잠은 황제께 상소(上疏)하여 최경을 규탄(糾彈)하다가 황제의 노여움을 사 유배(流配)를 당한다.
한편, 소주인은 위씨로 인해 아들 소잠이 유배당하고 집이 망했다고 하면서 위씨를 내쫓는다. 위씨가 쫓겨나자, 위상목 부부는 소주인 부부를 원망한 나머지 최경의 조카에게 딸 위씨를 개가시키려고 한다.
위씨는 집을 나와 마지막으로 시가를 찾아가서 호소하지만, 소주인 부부는 위씨를 대문 안으로도 들이지 않고 내쫓는다. 위씨는 시가에서 나와 강에 몸을 던져 자살하려다가, 꿈에 나타난 선관(仙官)의 말을 듣고 태행산의 산사(山寺)를 찾아가 머리를 깎고 중이 된다. 위씨는 절에 들어온 지 3개월 만에 아들을 낳는다.
이때 호족(豪族)이 중원(中原)으로 쳐들어와 천하(天下)가 혼란스러워지자, 황제가 태자에게 보위(寶位)를 양보한다. 새 황제가 즉위하여 대사령(大赦令)이 내려지면서, 소잠도 유배에서 풀려나 집으로 돌아오니 7년이라는 세월이 지나 있었다. 천하가 크게 어지럽기 때문에, 소잠은 가족을 거느리고 태행산으로 피신한다. 소잠은 아내를 잊지 못하여 시름 속에서 지내며 위씨를 찾아 헤매던 중, 우연히 바위에 쓰인 아내의 필적(筆跡)을 발견하고 한 노승(老僧)을 만나 아내의 소식을 알게 된다.
이에 그 산사를 찾아가 아내 위씨와 아들을 만난다. 소주인은 뜻밖에 손자를 만나게 되어 크게 기뻐한다. 위씨가 친정으로 가니 위상목은 딸을 볼 면목이 없다고 한다. 소주인이 위상목을 찾아가 사과하고 위씨를 데려가려고 하나, 위씨는 죄지은 몸으로 갈 수 없다고 버티다가 끝내 시아버지의 명을 거역할 수 없어 시가로 온다.
이에 주씨가 뉘우치고 나와 위씨를 반기며 옛날의 잘못을 사과한다. 위씨는 주씨와 동서(同壻) 간의 우의(友誼)를 돈독히 하며 시부모를 정성껏 모시니, 사람마다 위씨의 절행(節行)을 칭찬하길 마지않았다.
이 작품에 있어서 여성의 절행은 여주인공인 위씨가 동서인 주씨의 모해를 입어 시가에서 쫓겨나와, 친정 부모들의 개가 권유를 거부하고, 산사로 들어가 머리를 깎고 중이 되어 정절을 고수한다는 데 있다. 이러한 절행은 같은 유형의 고전소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는 그 구성과 내용이 매우 독특한 면을 가지고 있다.
첫째, 동서의 대립을 통하여 남녀 주인공의 혼사(婚事) 장애를 이끌어 가고 있는 점이다. 이 때, 시부모가 이에 동참하는 것도 특징적이다.
둘째, 남자 주인공이 처외삼촌이 권력을 마음대로 휘두르는 것을 황제에게 상소하였다가, 도리어 탄핵(彈劾)받아 멀리 유배되는 내용도 독창적이다.
끝에 가서는 남자 주인공이 부모의 재혼 권유를 물리치고 아내를 찾아 부부의 행복을 되찾는 것을 통하여, 부부의 진정한 애정이 무엇인지를 보여 주고 있다. 다른 고전소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부다처(一夫多妻)의 생활이 이 작품에서 거부되고 있는 점이 특이하다.
여성의 정절이라는 유교 이념을 중심 주제로 다루면서도 불교에 대한 긍정적 시각이 드러난 점도 독특하다. 위씨가 머물던 원적사의 여승들이 모두 절개를 지키기 위해 삭발위승(削髮爲僧)한 재상가(宰相家)의 며느리라는 서술 등은 불교에 대한 긍정적 시각을 보여주는 여러 장면 중 하나이다.
이 작품은 여성을 중심으로 한 소설답게 여성의 자아실현과 여성의 본능적 욕구를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모든 사건이 위씨를 중심으로 서술되며, 위 씨가 시가로 돌아가기 전 시부모에게 정식적인 사과를 받는 점, 정치적인 문제는 간략하게 다루고 가정 내의 사건에 집중한 점 등은 이 작품이 여성 소설(女性小說)의 특성을 모두 갖추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소설은 국립중앙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