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9년 『민성(民聲)』에 발표되었다. 적은 분량 속에 작가 특유의 서정적인 순수소설의 미학을 압축하고 있는 작품이다.
자연의 재앙이 끊이지 않는 천방골의 음습한 산그늘에서 주인공 길재는 할머니·어머니·아내의 죽음을 맞고, 죽음마다 푸른 불을 켠 도마뱀의 불길한 조짐을 본다.
다시 한 번 홍수가 마을의 경작을 파괴하자 길재와 마을 사람들은 이 불모의 땅을 버리고 떠나려 하고, 남과 북의 두 갈래 길 앞에서 망설인다. 그러나 길재는 마을을 떠나기 전에 살구씨를 심고 싹이 날 것을 기대하는 아들 가매의 마음을 다시 보기 위하여 마을 사람들과 헤어져 다시 천방골로 돌아온다. 돌아오는 날 밤 역시 도마뱀은 푸른 불을 켜고 있었다.
이 작품의 간결한 서정성은, 저주와 재앙으로서의 자연과 그 앞에 선 인간의 갈등이라는 비극적인 주제 속에 용해되어 있다. 극복할 수 없는 운명의 힘으로 제시되는 자연 앞에서 길재의 선대들이 ‘산그늘이나 바라다보며’ 죽어갔다면, 길재와 가매는 선대의 절망적이고 수동적인 순종보다는 거대한 자연과의 능동적인 화합을 시도하며, 봄이 되면 돋아날 살구씨에 대한 희망으로 또 다른 재앙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는 천방골로 돌아간다.
대립과 갈등을 거친 뒤의 순천(順天)·화합이 「유두」의 토착적이며 민족적인 세계관을 형성한다. 압축된 상징과 신화적인 영상을 반복적으로 사용함으로써 이야기에 시적 감흥을 부여하는 동시에, 이 반복은 작품의 핵심 주제인 순환하는 자연의 섭리를 형상화하고 있다. 허윤석 소설의 시적인 정화력이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