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6판. 160면. 작자의 제6시집으로 1962년 일조각(一潮閣)에서 출간되었다. 표지의 장정(裝幀)은 미술가 김환기(金煥基)가 맡아서 했다. 서문은 없고, 후미에 지은이의 간략한 후기(後記)가 있을 뿐이다.
총 41편의 시작을 5부로 나누어, 제1부 ‘유실된 지역’에는 <동대문주변>·<산 위에서>·<계단있는 삼중주(三重奏)>등 5편이 실려 있다.
제2부 ‘후조의 해협’에는 <오만한 고독을 위하여>·<거시(巨視)하는 눈 속으로> 등 10편, 제3부 ‘빛바랜 향수’에는 <당신의 사랑을 간직하고>·<어느 하늘 아래에도> 등 10편, 제4부 ‘의상세례’에는 <날개Ⅲ>·<자갈치 소묘(素描)> 등 11편, 제5부 ‘역사의 광장에서’에는 <시(詩)로 그린 지도(地圖) 위에>·<내몸에는 식민지(植民地) 냄새가 난다> 등 6편을 각각 수록하고 있다.
후기(後記)에서 저자도 말했듯이, 이들의 제4시집 ≪날개≫ 이후 6년 만에 출간된 것으로 후기시를 대표하고 있다. 그는 항시 재치(才致)로 시를 쓰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써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때로는 현실에 대한 강렬한 저항의 일면을 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는 역사적 현실에 대한 강한 저항정신을 바탕으로 시를 쓰고 있다.
이 시집의 제목이자 대표작이 되고 있는 <의상세례 衣裳洗禮>는 화자인 한 여인이 위장(僞裝)의 의상(衣裳)을 벗어 던지고 침착하게 자연 속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이는 후기(後記)에서 누가 무어라고 하든 자신의 길을 쉬지 않고 걸어가겠다는 저자의 의지적 인생태도의 반영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