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바탕에 채색. 세로 35㎝, 가로 59.5㎝. 서울대학교박물관 소장.
이항복초상은 17세기 전반 초상화법의 특징을 보여준다. 신채(神彩)가 뛰어나며 기품 있는 가작으로, 사모의 높이가 퍽 낮고 안면처리에서는 얼굴색을 살색으로 시채한 뒤 갈색선으로 윤곽을 잡았으나 선염기는 거의 나타나 있지 않다. 골상에서 오악의 중심 부위에 해당하는 눈 주변과 코, 그리고 턱과 광대뼈 등 옅은 홍기를 나타내고 있다. 주조색(主調色)이 옅은 홍기(紅氣)가 삽입된 도화색(桃花色)이어서 이항복 생존시의 진영일 것으로 추정된다. 세밀하게 표현한 안면과는 대조적으로 의복을 소략하게 묘사하여 초본에 해당하는 그림으로 여겨진다.
이 초상화는 공신도상이 아님은 분명하나 작화(作畫)계기가 무엇인가는 분명하지 않다. 단지, 박사해(朴師海)의 『창암집(蒼巖集)』에 보이는 북청 기덕서원(耆德書院)에 봉안되었다는 영첩자(影帖子)와 부합되는 점이 많으나 확증은 없다. 그러나 화법상으로 볼 때 조선 중기의 전형적인 초상화법을 예시해주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