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권. 활자본.
1814년(순조 14)에 간행된 정조의 문집인 ≪홍재전서 弘齋全書≫ 권161∼178에 수록되어 있다. 규장각직제학 정지검(鄭志儉)이 국왕의 언행을 기주(記注)의 법에 따라 기록해 후일 반성의 자료로 삼자고 건의함으로써 편록되었다.
당시 사신(史臣)의 구실도 겸했던 규장각 각료들이 1785년(정조 9)경부터 기록하였다. 그 체재는 문학 5권, 정사 5권, 인물 3권, 훈어(訓語) 5권으로 구분되어 있다. 각 편은 대체로 시대순으로 배열했으며, 경연 등 제반행사에서 대신·각료·유생들과 나눈 대화와 전교(傳敎)들이 수록되어 있다.
<문학편>에는 고문(古文)을 본받아 학문의 도를 익혀야 한다는 정조의 문장론과 시론(詩論)이 조선·중국 고금의 문필가들에 대한 논평과 함께 실려 있다. 또, 13경, 4서, 23사(史)에 대한 검토와 함께 양명학·불교·도교·서학(西學) 같은 이단적 학문도 풍속 교화에 다소 공로가 있다고 하여 넓게 검토하였다.
송사(宋史)에 대한 깊은 연구와 송사전(宋史筌)의 편집, 주자(朱子)·송시열(宋時烈)의 문집·어록 검토, 이기논쟁(理氣論爭)과 호락논쟁(湖洛論爭), 중화문화 수준에 도달한 발해 역사, 정도전(鄭道傳)·허목(許穆)·황경원(黃景源) 등 고문을 탐구한 학자들에 대한 호평이 특징적이다.
<정사편>에서는 당론 비판과 탕평책, 국조오례의와 삼강오륜·관료제·옥안(獄案)·향약(鄕約)에 의한 교화 등 국가 체제에 관한 문제와 군사제도·과거제도·수취제도(收取制度) 등 국가 운영의 문제들이 조선·중국에서의 변천 과정과 함께 검토되었다.
보합(保合) 위주의 탕평에 대한 비판, 산림 인물의 수준과 구실에 대한 비판, 인민애물(仁民愛物)에 어긋나는 당론 분열에 대한 비판, 5군영제의 비판, 의정부 권한 강화와 외척의 정치 간여 배제들이 특징적 내용이다.
<인물편>은 군자·소인론, 태조에서 당대까지의 문신·무신·사림과 그들의 문집·업적에 대한 평가, 중국 고금의 인물에 대한 평가가 주요 내용으로 되어 있다. 특히 양성지(梁誠之)·조광조(趙光祖)·송시열·박문수(朴文秀)·유형원(柳馨遠) 등에 대한 호평이 특징적이다.
<훈어편>은 임금의 직책과 사대부의 의리·기질에 대한 반성과 질책, 문풍(文風)의 혁신들이 주요 내용이다. 또한, 심신의 수련법과 다방(茶方)도 수록되어 있다. 이 책은 정조가 표방한 우문정치(右文政治)·탕평책의 성격과 학문적 기반을 파악할 수 있는 일차 자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