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채의 하나이다. 우리나라 최고(最古)의 조리서인 ≪음식지미방≫에 수록된 잡채는 오이·무·표고버섯·석이버섯·송이버섯·숙주나물·도라지·거여목·건박·호박고지·미나리·파·두릅·고사리·시금치·동아·가지·생치(生雉) 등을 각각 채썰어 볶아서 담고 그 위에 즙액을 뿌리고 다시 천초·후추·생강가루를 뿌린 것이다.
여기의 즙액이란 생치를 삶은 국물에 된장 거른 것을 섞고, 여기에다 밀가루를 풀어 끓여서 걸쭉하게 만든 것이다. 지금의 잡채와는 달리 즙액을 뿌렸고, 당면을 넣은 흔적이 없다. 근래에도 겨울요리의 하나로 잡채를 만들 때 여러 가지 채소와 고기를 채썰어 각각 볶은 다음 함께 섞어서 겨자즙에 무쳐 더운 요리로 만드는 경우가 있다.
잡채는 여러 가지 채소와 고기에 양념이 섞여 맛이 좋은 음식이므로 잔치 때에는 빠지지 않는 요리이다. 요즈음의 잡채에는 당면을 많이 쓰고 있으나 당면을 많이 넣는 것이 잡채의 원래 모습은 아니다. 잡채는 버섯을 많이 쓰고 당면을 조금 쓰는 것이 맛이 좋다.
잡채를 많이 만들 경우 당면을 삶아서 쓰면, 오래 두는 동안에 불어서 좋지 않으므로 당면을 삶지 않고 뜨거운 물에 담가서 불렸다가 볶아서 쓰기도 한다. 각각의 재료를 볶을 때 기름을 많이 쓰게 되므로 전체로 무칠 때는 기름을 넣지 않아도 된다.
잡채를 검게 무쳐서 먹음직스럽게 하려면 진간장을 넣어서 물을 들이고, 하얗게 하여 깨끗하게 하려면 간장 대신 소금으로 간을 맞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