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작품이다. 이 작품은 한 전각가의 생애와 전각의 격조를 알리는 이야기로 잊혀져가는 전통예술의 고아함을 일깨워주고 있으며, 한편 세속인들이 그러한 고전적 미를 상업적 감각으로써 몰각하는 현상을 비판하고 있다.
전각가 수하인은 오랜 친구였던 석운이 높은 관직에 오르자 옛 정표로서 귀한 전황석을 얻어 전각자의 솜씨를 발휘하여 고졸하고 품위 있는 인장을 새겨 선사한다. 그러나 돌도 전각도 이해하지 못하는 석운과 석운의 처는 이 귀한 도장을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무시하여버린다.
석운은 그에게 자주 출입하는 오준이라는 사람에게 수하인의 도장을 주었는데, 그것을 수하인의 제자에게로 가져가 속된 도장을 새겨달라고 한다. 그 제자는 수하인의 고귀한 작품임을 알고 그것을 수하인에게 다시 돌려주기에 이른다.
수하인은 그의 정성이 무시당한 것을 알았지만, 시속의 흐름이 이미 그의 고전적인 멋과 품을 알아주지 못함을 알고 체념에 잠긴다. 마지막에 이르러 수하인은 그를 이해하며 같이 사는 산홍과 밤늦게까지 평생을 새겨온 도장을 꺼내어 인보를 만든다.
이러한 이야기에서 작가는 기품 있고 품위 있는 고전적 가치가 세속적인 속취미에 의하여 잊혀져가고 무시되고 몰각되어가는 것을 비판하고 있다.
이 작품에서 수하인의 인격과 취미가 적절히 내면화된 점은 오늘날과 같은 세태에 있어서 마음을 기울일 만한 숨은 뜻이 담겨 있는 좋은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