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년 보물로 지정되었다. 같은 해 보물로 지정된 「정조 필 국화도(正祖 筆 菊花圖)」와 재질이나 크기가 같아서 처음부터 쌍폭으로 그린 것으로 보인다.
바위 옆에 서 있는 한 그루의 파초를 묘사한 그림으로, 왼편 위쪽에 정조의 호인 ‘弘齋(홍재)’의 백문방인(白文方印)이 찍혀 있어 정조의 작품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비교적 단순한 주제를 다루었지만 균형잡힌 포치(布置), 은은히 풍기는 문자향(文字香), 농담을 달리한 세련된 묵법(墨法) 등이 돋보인다. 기법적인 측면에서도 대단히 세련된 면모를 보여준다.
먹의 농담과 흑백 대조에 의하여 바위의 괴량감과 질감 및 파초잎의 변화감을 잘 표현하였다. 또한 농담을 달리하여 파초잎을 대강 나타낸 뒤 잎 가장자리에 꼬불꼬불한 선들을 덧대듯이 구사하여 마무리지은 기법은 몰골법(沒骨法)으로 구사되어 있다.
틀에 매이지 않은 방법으로 표현된 이 파초도는 서화와 학문을 사랑한 정조의 면모와 남종화의 세계를 잘 드러낸다. 조선시대 왕의 작품으로 가장 대표적인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