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권 1책으로 한글 활자본 · 필사본과 '정비전(鄭妃傳)'이라는 표제의 활자본이 있으며, ‘정빈전(鄭彬傳)’ · ‘정태비전(鄭太妃傳)’ · '졍셜ᄆᆡ젼'이라는 표제의 필사본도 있다. 이 작품은 명나라를 배경으로 하여 여주인공을 영웅화시킨 작품이다. 이본 간에 주인공의 이름이 다를 뿐 내용상의 큰 변이는 찾아 볼 수 없다.
이 작품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정 상서의 딸 현무는 본래 옥황상제의 딸로, 죄를 얻어 속세에 태어난다. 정현무는 여성으로 태어났지만 영웅의 기상을 타고나 어릴 때부터 무예를 익혔다. 이부상서 양경의 누이가 귀비가 되자 양경은 현무의 재색을 듣고 아들의 혼사를 청하였다가 거절당한다. 이때 변방의 교지국이 침입하자 양경은 황제를 설득하여 현무의 아버지 정유를 대원수로 출전시키고 현무를 납치하려 한다. 현무는 자살한 것으로 가장한 뒤 숨어 지내는데, 황태자가 그 미모를 엿보고 혼인하고자 여장을 하고 주 소저라 칭하며 접근한다.
이때 현무는 꿈속에서 노승의 지시를 받고 출전한다. 현무는 교지국 군사를 격퇴하고 포로가 되어 있는 아버지를 구출하고, 아버지에게 교지국 왕의 항복을 받으라 하고 귀가한다. 정유가 교지국 왕의 항복을 받고 그 항서를 황제에게 올리자, 양경이 정유의 전공을 시기하여 황제로 하여금 정유를 운남절도사로 삼아 회군하지 못하도록 한다.
황태자는 현무에게 접근하여 신분을 밝히고 황제의 허락을 얻어 현무를 태자비로 맞아들인다. 원래 태자비로 간택되었던 귀비의 질녀가 현무 때문에 밀려나자, 앙심을 품은 귀비는 태자 내외가 역모를 꾀한다고 모함하여 황제의 노여움을 사게 한다. 귀비는 현무를 모함하여 황제로부터 사약을 받게 하는데 임신 중이어서 사약 하사는 연기가 된다.
현무는 남장을 하고 피신하였다가 이 시랑의 딸 이 소저와 혼인하고 뒤에 그간의 사정을 밝힌다. 양경이 역모를 꾀해 변방 오랑캐와 합세하여 중원을 침공하자 나라는 멸망 직전에 처한다. 현무가 다시 출전하여 역적을 죽이고 황제를 구출한다. 황제가 환궁한 뒤 현무가 표문을 올렸고, 황제는 이를 크게 칭찬하며 왕위를 태자에게 물려주었다. 태자는 사양 끝에 왕위에 오르고, 현무는 자기와 혼인하였던 이 소저를 귀비로 삼게 하고 아버지를 회군하도록 하였다.
이 작품은 영웅의 일생에 입각하여 이루어진 영웅소설이며, 특히 여성을 영웅화시켰다는 점에서 이른바 여걸소설(女傑小說)에 속한다. 영웅으로서의 주인공은 국난을 극복하고 위기에 처한 황제와 아버지를 구출하여 충효를 실현한다. 이와 같이 충효가 강조된 것은 왕권의 약화, 국력의 쇠퇴, 정쟁의 심화 등으로 충효가 절실히 필요하였던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여 나타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여성 주인공은 남성이 감당하지 못하였던 어려운 과업을 성취하고 태자비로까지 상승한다. 이러한 사건은 여성의 사회적 지위에 대한 불만과 그러한 지위를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이와 같은 의미는 동일 유형의 작품들이 지닌 공통점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이 작품은 다른 작품에 비해 구성이 치밀하고 세부적인 사건이 독창적인 것이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