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말에 이숭인(李崇仁)이 지은 한시. 산속에 사는 도인의 집을 보고 지은 칠언절구시이다. 작자의 문집인 『도은문집(陶隱文集)』 권3을 비롯하여 『청구풍아(靑丘風雅)』·『기아(箕雅)』·『대동시선(大東詩選)』 등의 시선집과 『해동역사(海東繹史)』에도 실려 있다.
작품의 내용을 현대어로 옮기면 다음과 같다. “산의 남쪽과 북쪽을 오솔길이 나누었고/송화는 비를 머금어 어지러이 떨어지네/도인은 우물물을 길어 띠집으로 돌아가는데/한 줄기 푸른 연기가 흰 구름을 물들이네(山北山南細路分 松花含雨落繽紛 道人汲井歸茅舍 一帶靑煙染白雲)”
형식은 칠언절구 측기식 문운(文韻). 운자는 ‘분(分)’, ‘분(紛)’, ‘운(雲)’. 『해동역사』에는 제목이 ‘승사(僧舍)’로 축약되어 있으며, 『성수시화(惺叟詩話)』·『호곡시화(壺谷詩話)』에는 ‘빈분(繽紛)’이 ‘분분(紛紛)’으로 고쳐져 있다.
『지봉유설(芝峯類說)』에도 ‘분분(紛紛)’으로 되어 있으며, ‘급정(汲井)’이 ‘급수(汲水)’로 되어 있다.
이 시는 간결, 전아한 이숭인 시의 진면목을 잘 드러내보인 작품으로, 「신설(新雪)」과 함께 그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한폭의 동양화를 보게 하는 듯이 말로써 그림을 그린 시편이다. 특히 결구가 묘사의 빼어난 솜씨를 보인 가구(佳句)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