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4판. 126면. 1932년 평양의 문예공론사(文藝公論社)에서 간행하였다. 권두에 저자의 사진과 자서가 있고, 본문 앞 간지에 임용진(任用璡)의 그림 「묵상(默想)」이 실려 있다. 저자의 자서에 따르면 1922년에서 1932년 사이인 10년간의 작품으로 모두 53편의 시가 3부로 나누어져 수록되어 있다.
이 시집에는 51편의 창작시 외에 『시전(詩傳)』에서 번역한 「한길 우에 서서」(정풍, 정대노)와 「나물」(주남, 권이편)의 2편이 포함되어 있다.
제1부 ‘영원한 비밀’에는 「산넘고 물너머」 등 23편, 제2부 ‘조선의 맥박’에는 「나는 이나라 사람의 자손이외다」 등 14편, 제3부 ‘바벨탑’에는 「기몽(記夢)」 등 16편이 실려 있다. 저자는 스스로 제1부의 시들은 ‘청춘기의 정애(情愛)를 주제로 한 것’이라 하였다.
제2부는 ‘사상적이고 주지적인 것’, 그리고 제3부는 ‘사색적·반성적인 경향을 띤 것’이라 하여 각 부의 성격을 설명하였다. 그래서 제1부의 시들은 「소곡(小曲)」(제1부의 소곡)에서 보는 것과 같은 연가풍의 서정시로서 3·4음수를 바탕으로 한 7·5조가 주조를 이루고 있다.
제2부의 시는 우리의 현실을 읊은 것인데 여기서부터는 내재율에 치중하거나 의식적으로 음수율을 무시한 자유분방한 표출이 시도되었음을 표제시 「조선의 맥박」에서 읽을 수 있다. 제3부의 시에서는 주로 삶과 죽음의 문제가 좀더 자유로운 기법으로 다루어졌다. 「소곡」(제3부의 소곡)과 같은 것이 그 예이다.
전체적으로 볼 때 이 시집은 시의 형상화라는 측면에서 성공하였다고는 할 수 없으나 제1부의 형태적 시도와 제2부의 민족의식은 주목할 만한 것이다.
저자는 1920년대 후반 민족주의 문학파와 계급주의 문학파의 대립 속에서 표면적으로는 절충주의적인 입장을 취하기는 하였으나 비교적 민족주의 문학파에 가까운 성향을 지녔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의 민족의식은 매우 추상적·관념적이어서 구체적 상황 인식이나 이념 확립에 거리가 있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