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6판. 154면. 작가의 첫 시집으로 1960년 부민문화사(富民文化社)에서 간행하였다. 전체를 3부로 나누어져 있다.
1부 ‘조용한 개선’에 <나도 꽃으로 서서>·<담길>·<은하 銀河> 등 12편, 2부 ‘연가(戀歌)’에 <팀파니>·<작약꽃> 등 12편, 3부 ‘동화사(桐華寺) 가는 길’에 <아카시아꽃>·<분수 噴水> 등 14편, 모두 38편의 시를 실었다.
권두(卷頭)에 박두진(朴斗鎭)의 서문이 있고, 권말에는 저자의 후기가 있다. 이 시집은 작자가 문단에 등단한 직후에 간행한 것으로 아직도 습작기의 때를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작품들을 모은 것이다.
이 시집에 수록된 작품 가운데 주목할 만한 것으로는 연작(連作) <해부학교실 解剖學校室>을 들 수 있는데, 의과대학생으로서 체험한 것을 바탕으로 쓰여진 작품이다. 이 작품은 이 시집이 간행된 뒤에 발표된 <정신과병동 精神科病棟>·<제삼강의실 第三講義室> 등과 함께 작자의 초기 시를 특징짓는 작품세계를 형성한다.
곧, 타인의 병고와 죽음을 통하여 인간의 극한적 상황을 응시하는 의사로서의 생활 체험을 형상화한 것이다. 그런데 이 작품들은 그 소재의 특이함에도 불구하고 시적 변용(變容)의 여과 작용을 제대로 거치지 못한 미숙함이 드러난다.
곧, 산문에 가까운 직설적 서술로 체험을 나열하는 데 그쳤기 때문에 시적 긴장력이 결여되어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단점은 같은 바탕 위에서 쓰여진 후기 작품 연작 <증례 證例>를 통하여 극복됨으로써 삶과 죽음의 갈림길을 마주 대하고 살아가는 의사만이 구축할 수 있는 작품세계를 형성한다.
결국 ≪조용한 개선≫은 그 형상화의 미숙성에도 불구하고 한국 시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마종기의 첫 시집이라는 점에서 그 문학사적 의미를 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