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는 낭간(浪玕), 용호어부(蓉湖漁夫). 평양에서 19세기 전반에 활동하였다. 그녀에 대한 언급은 신위(申緯)의 『경수당집(警修堂集)』, 이만용의 『동번집(東樊集)』, 김정희(金正喜)의 『완당집(阮堂集)』 등 여러 문집에 보이고 있다. 이 중 죽향의 『묵죽첩(墨竹帖)』에 묵죽의 대가인 신위가 제시(題詩)를 쓴 사실은 크게 주목된다. 김정희도 칠언시 두 수를 장난삼아 써 주었다[戱贈]고 한 점 등에서 당시 그녀에 대한 평가를 짐작할 수 있다.
대나무뿐 아니라 난초와 꽃과 나비 등도 잘 그린 것으로 전하여지며 죽향이 지은 한시(漢詩)도 남아 있다. 아름다운 대나무를 칭하는 죽향이라는 이름[妓名]이나 호인 낭간은 이러한 점에서 그녀에게 걸맞은 명칭들인 셈이다. 아쉽게도 대나무 그림은 지금까지 공개된 것이 없다.
국립중앙박물관에 10폭과 3폭으로 된 두 『화훼초충첩(花卉草蟲帖)』이 죽향 전칭으로 남아 있다. 이 전칭 화첩은 같은 크기(비단바탕에 채색, 세로 24.8, 가로 25.4㎝)로 한 화첩에서 나누어졌음이 분명하다. 이 화첩을 살펴보면 19세기 일반 화훼 초충과 동일한 시대 양식을 보이며 대체로 섬세한 필치, 고른 선묘(線描), 화사한 설채(設彩), 화면 구성의 단순성과 동일성 등이 간취된다.
대체로 고른 솜씨로 모두 수작(秀作)으로 보기는 힘들어도 그 중 몇 점은 화격(畵格)을 지닌 그림들이다. 특히 중국 그림을 방(倣)하였을 경우 그 연원을 밝히고 있어 중국 그림에 대한 이해의 폭을 알려 준다. 소재의 꽃들을 살필 때 원추리, 개양귀비, 금낭화 등 조선 초부터 줄기차게 그려진 꽃을 그렸다. 그 외에 장미, 목련, 모란, 연꽃 등에서는 화본풍(畵本風)이 짙다.
화접(花蝶)에 능하였다는 문헌 기록에 맞게 나비가 등장한 그림에 보다 뛰어난 화격이 보인다. 원형과 삼각형 구도도 있으나 화면 한쪽에 치우치게 그린 변각(邊角) 구도가 주류를 이룬다. 그림마다 화제(畵題)나 제시를 적은 묵서(墨書)는 화면 구성의 요소로도 운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