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학상인(靑鶴上人) 위한조(魏漢祚)를 중심으로 한 선파(仙派) 인물들의 행적과 담론을 잡기(雜記)형식으로 기술하였다. 분권되지 않은 등사본이 서울대학교 중앙도서관 가람문고에 소장되어 있으며, 1976년 영인본이 간행되었다.
조선시대에 들어와서는 유가 계통의 지식인들과는 판이한 세계관을 지닌 지식인들이 도술 수련이라는 명목으로 산수를 두루 돌아다니는 일이 빈번하게 되었고, 서로 회동하여 사생관계를 맺으며 세속에서 초연한 은둔생활을 하였다.
청학집은 그러한 부류의 사람들 사이에서 행해진 사적과 담론을 엮어 낸 것으로, 조여적이 1588년(선조 21) 과거에 낙방하고 실의 속에서 고향으로 돌아가는 도중 처음 보는 사람이 자기 이름을 부르며 말을 걸어오는 것을 계기로 그를 사사하여 60년이 지난 뒤 그 동안 견문한 사적을 전하기 위해 책을 엮어 냈다고 전해진다.
여기에는 우리나라 고유의 선가(仙家) 계보가 제시되어 있는데, 환인을 조종(祖宗)으로 내세우며, 환인은 명유(明由)를 거쳐 광성자의 도맥을 계승한 것으로 되어 있다. 이는 환인을 격하시켜 중국의 도맥에 연결시킨 것으로 후세에 억지로 끌어다 맞춘 것이나, 단군설화가 도교의 신선설과 유사하여 고유의 선가와 도교의 합류가 가능했다고 보인다.
이 책에 언급된 사람들은 모두 수련도교에 익숙하였고, 오뢰(五雷)·둔갑(遁甲)·통견(通見)·투심(偸心)·탈정(奪情)·입몽(入夢)·치원(致遠)·이수(移水) 등의 도술을 행하여 초능력을 나타낸 일이 적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이들은 취굴(翠窟)·채하(彩霞)·편운(片雲) 등 특이한 별호를 사용하기도 하고, 둔(遁) 자를 써서 자신이 터득한 도의 경지를 나타내기도 하였다.
그들 중에는 중국인 조현지(曹玄志)와 서번승(西蕃僧) 능호(能皓) 같은 외국인도 끼어 있다. 이들은 명나라의 멸망과 만주족의 흥기를 예언하고 있고 중국에 대한 뚜렷한 항거의식을 지니고 있었으며, 장차 조선은 일본과 중국을 제압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나름대로 국제적인 정세를 파악하는 안목에서 민족주체성을 표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