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6판. 44면. 1940년 일본 동경에서 자가본(自家本)으로 발행되었다. 작자의 첫 시집으로 서문이나 발문은 없고, 총 16편의 작품이 3부로 나뉘어 수록되어 있다.
1부에는 「초롱불」·「심야(深夜)」·「주막(酒幕)」·「밤길」 등 7편, 2부에는 「유전(流轉)」·「부락(部落)」·「마을」 등 3편, 3부에는 「적경(寂境)」·「전설(傳說)」·「흐름」 등 6편이 실려 있다.
이 시집의 작품들은 『문장(文章)』지 추천작품들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대체로 일제식민지 치하의 농촌생활과 시대적인 암흑상을 소재로 하여 이를 시각적 이미지로 형상화하는 작품경향을 보여주고 있다. 그 대표적인 작품으로서 「초롱불」·「밤길」·「주막」 등을 들 수 있다.
정지용(鄭芝溶)은 이 작품들에 대한 추천사에서 “음영(陰影)과 명암이 치밀하게 조직된 불가사의한 리듬을 보여주었다.”고 평하고, 그의 시가 인간적인 것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에 이와 같은 기법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하였다.
이러한 점으로 볼 때 박남수의 초기시의 특성이 농축되어 있는 이 시집의 시편들은 모더니즘의 영향 아래 있으면서도 그에 내포되어 있는 도시화·비인간화 경향에는 반발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민요적 리듬에 바탕을 둔 전통적 서정의 세계와 새로운 모더니즘의 기법을 조화시키려고 하는 노력을 엿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초기시편들은 정지용의 영향권 안에 있는 작품들이라 할 수 있고, 제2시집 『갈매기 소묘(素描)』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나름대로의 확고한 자기세계를 보여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