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1년 『사상계』에 발표되었으며, 같은해 이 작품으로 『현대문학』 신인상을 수상하였다. 작자는 북괴군에 입대했다가 포로가 되어 풀려난 인물로서, 미군부대 경비원을 하면서 소설 습작을 한 작가의 개인 체험과 역사적 인식이 제작의 배경이 되어 있는 삼인칭 단편소설이다.
작품의 주인공인 진수는 어머니를 모시는 형님 내외와 함께 살고 있다. 아직 취직을 하지 못한 진수는 형님 내외의 불결해 보이는 삶에 이질감을 느끼면서 하루는 판문점을 구경하러 떠난다. 외국인 기자들과 함께 버스를 타고 판문점에 도착했고 그들과 함께 낯선 판문점을 구경하고 있을 때, 남색 원피스에 붉은 완장을 찬 북쪽 여기자가 진수에게 말을 걸며 접근해 왔다.
회담장에서 한참 ‘납치한 어부 송환’으로 남북의 대표가 다루고 있을 때였다. 남과 북의 두 젊은이는 쉽게 가까워졌으면서도 이념적인 거리를 극복하지 못한다. 두 사람의 대화가 한창일 때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지고, 그래서 진수는 여기자의 손을 끌고 소속이 불분명한 지프차에 피신한다. 연민과 동질감과 함께 이념 차이에 의한 불안과 이질감이 지프차 속에서도 계속된다.
비가 그치자 그들은 다시 남북으로 헤어졌다. 눈이 오는 날, 진수는 다시 광명통신 기자의 이론을 빌어 판문점에 갔다. 그리고 그 여기자를 다시 만났다. 두 사람 사이에 대화는 그리 원만하지 못하다. 진수는 그를 경계하여 피해 가는 그녀를 보면서 ‘쓸 만한 기집애’라 생각하며 씁쓸하게 웃는다.
이호철은 김수영(金洙映)·손창섭(孫昌涉)·오상원(吳尙源)·서기원(徐基源) 등과 함께 1950년대에 문단에 발을 들여놓은 작가다. 역사적 상황을 폭넓게 형상화하려한 세대의 작가인 셈이다. 그러나 「판문점」은 역사적 상황성과 함께 개인의 범속한, 자의식적 일상성도 의미 있게 그리고 있는 소설이다.
그래서 이야기의 주인공이면서 초점자로서 서술의 중심 의식인 진수는 1960년대 작가라 불리는 김승옥(金承鈺)·이청준(李淸俊)·서정인(徐廷仁) 등의 소설의 주인공과 상당히 가까워진 면모도 보여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