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5년 『조선문단(朝鮮文壇)』 2월호에 게재되었다. 어촌을 중심으로 하여 전개되는 가난과 이농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점순은 부지런하고 심지가 곧은 한 갯마을의 처녀이다. 아버지는 어부였으나 바다에서 풍랑을 만나 실종되었고 지금은 홀어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다.
어업을 생계의 주요 수단으로 삼고 있던 그 마을은 일본의 수산회사가 들어서면서 당국이 개인적인 조업 행위를 금지한 이후 날로 퇴락하고 만다. 일부 어민들은 고용어부가 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소작농으로 전업한다. 최저 수준의 생계마저 유지하기 어려운 그들은 부업으로 돼지를 키우기도 하는데 그 먹이를 대는 일이 결코 쉽지 않다.
그런 중에도 점순은 비교적 쉽게 먹이를 구하는데 그 이유는 술공장의 작은 주인이 그녀에게 호감을 느끼고 모주를 우선적으로 배급해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작은 주인은 어느 날 그녀를 겁탈하려는 몰염치한 행위를 자행하지만 그녀는 완강히 저항하여 위기를 모면한다. 보릿고개 철이 되어 돼지는 물론 사람조차도 먹을 것이 부족하게 되자 돼지는 날로 여위어갔으므로 농민들은 보다 못하여 헐값에 팔아 넘긴다.
보리가 채 익기도 전에 보릿대를 반나마 잘라 먹던 농민들은 하나씩 둘씩 마을을 뜨게 된다. 누구는 간도로, 또 누구는 강원도로 이주하는가 하면 심지어 서울의 홍등가로 팔려 가는 처녀도 있다. 마침내 견디다 못한 점순도 정미소 공원이 되기 위하여 마을을 뜨는 것으로 작품은 끝난다.
이 작품은 수산회사가 상징하는 일제의 수탈정책에 의하여 농어촌이 날로 피폐되어 가는 것을 배경으로 하여 살인적인 가난이 주는 사회적 압박과 이에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맞서는 한 시골 처녀의 자세가 묘사되고 있으며 이러한 인물을 통하여 시대의 압력에 의연히 대항하는 성격미가 형성되고 있다.
물론, 제도나 상황의 압박이 너무도 거대한 반면 그에 맞서는 점순의 힘은 실로 작고 보잘것없는 것이어서 불안감을 주기까지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려운 상황에도 굴하지 않고 그에 당당하게 맞서 자신을 순결하게 지키려는 자세의 귀중함을 이 작품은 일깨우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