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6판. 112면. 작자의 제2시집으로 제1시집에 이어 배정국(裵正國)의 장정과 최재덕(崔載德)의 삽화로 1948년 정음사에서 간행하였다.
어머니와 누이에게 주는 헌사(獻詞)를 비롯하여, 1부에 「헌사」·「태양(太陽)도 천심에 머믈러」·「순이(順伊)의 노래」 등 7편, 2부에 「음우(淫雨)」·「임우(霖雨)」·「해바라기 화심(花心)」 등 6편, 3부에 「송가(頌歌)」·「스켓취」 등 3편, 모두 16편의 시를 싣고 있다.
4부에는 첫 시집인 『종』과 같이 소설 「청춘(靑春)」의 일절인 「범람(氾濫)하는 너의들의 세대」를 수록하고 있다. 책 끝에는 저자의 발문이 실려 있다. 이 시집에 실린 시들은 주로 1947년에 발표된 작품으로, 해방기에 가지고 있던 기대와 희망이 좌절되는 현실에 대한 고발과 분노를 표현하고 있다.
이 시집의 시에는 해방 공간의 정치적 현실 여건의 변화에 따라, 이전의 시에서 보여주었던 민족 염원이 퇴색되는 현실 상황의 변모를 잘 보여 주고 있다. 이는 자신이 고급 관리로 재직하였던 미군정의 통치정책에 대한 기대감의 상실과 직접 관련이 있다. 그래서 시인은 관리의 직을 사직하고 현실 고발과 정치 비판의 시를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파시스타’의 무리여/너이들 까닭에 나는/‘휘트먼’의 곁에 가차이 설 수 없고/또 이 날에도/찬가(讚歌)로써 하지 못하고/두폭 넓은 비단 청보(靑褓)에 ‘원망(怨望)’을 싸는도다”(「제국의 제국을 도모하는 자」)고 읊고 있다.
또한 “하늘에서 불을 앗어온 우리 은인(恩人)/‘프로메듀쓰’를 위하여/상망(象罔)이 구슬을 찾어오는 날까지/차디찬 바위가 되어 벙어리로 천년(千年)을 가리라”(상망)에서처럼 신화상의 인물을 통하여 시적 화자의 인식을 고백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시적 형상 역시 자신이 비판하고자 하는 미국식 현학과 지식을 동원함으로써, 시인 스스로의 자조적인 의식과 자기풍자(自己諷刺)하는 모습을 총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