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권 1책. 주자본.
이 책은 서거정(徐居正) 등이 왕명으로 편찬한 『동국통감』이 양적으로 방대하고, 일반인이 읽기에는 너무 상세하다 하여 이를 간략하게 정리하려는 의도에서 중국의 『십구사략(十九史略)』 형으로 축약, 편찬한 책이다.
본문 오두(烏頭 : 上端)에 그 기사 내용을 밝히는 제목을 붙이고, 또 인명이나 국명 등 고유명사의 음을 주로 달았으므로 ‘표제음주(標題音註)’를 ‘동국사략(東國史略)’ 앞에 관서(冠書)한 사략(史略)형의 사서(史書)이다.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다. 『십구사략』을 본떠 책머리에 「세계도(世系圖)」를 붙이고, 그 뒤에 총목과 권제(權踶)의 「동국세년가(東國歲年歌)」를 실었다.
권1은 단군·기자·위만의 전조선, 사군·이부(二府)·구이(九夷)·삼한(三韓)과 고구려 전 시기를 수록하였다. 권2는 백제를, 권3은 신라의 시조로부터 효성왕까지 34왕을, 권4는 경덕왕으로부터 경순왕까지 22왕과 가락국·발해국·궁예·견훤을 수록하였다.
권5는 고려의 태조로부터 정종까지 10왕을, 권6은 문종으로부터 예종까지 6왕을, 권7은 인종, 권8은 의종부터 광종까지 5왕을, 권9는 고종·원종을, 권10은 충렬왕을, 권11은 충선왕으로부터 충정왕까지 5왕을, 권12는 공민왕·공양왕을 수록했고, 끝으로 우왕·창왕을 부기(附記)하였다.
내용상의 특성을 몇 가지 들어보면, 삼국시대 이전의 역사를 전조선으로 명명한 점, 삼국의 역사를 분리해 쓴 점, 기술 순위를 고구려·백제·신라순으로 다룬 점, 삼국 이전의 역사를 외기(外紀)로 처리한 『동국통감』과는 달리 본편(本編)으로 다룬 점, 국가별로 역사를 기술해 가락·발해·궁예·견훤 등의 국가를 설정한 점 등을 들 수 있다.
또한, 고대사 인식에 있어 마한 지역에서 고구려, 변한 지역에서 백제가 건국되었다는 최치원(崔致遠)의 설을 따른 점, 삼국사 서술에서 삼국 가운데 고구려사를 강조한 점 등은 권근(權近)의 『동국사략』이나 같은 시기에 나온 박상(朴祥)의 『동국사략』과는 역사관을 달리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 책의 현전 판본은 세 가지이다. 초판과 재판본은 병자자(丙子字)를 모각(模刻)하여 만든 목활자본이다. 삼판본은 갑인자의 주자본인데 활자가 만들어진 지 오래되어 없는 활자는 다른 활자로 보충해 찍었다.
초판과 재판본은 모두 영본(零本)으로 국립중앙도서관·고려대학교 도서관·규장각도서·성암고서박물관 등에 흩어져 있다. 삼판본은 대만의 고궁박물원(故宮博物院)과 일본의 정부도서관에 완본이 있는데, 일본의 것은 주자본을 필사한 것이다. 한국정신문화연구원에서 1985년 대만 고궁박물원본을 대본으로 교감, 영인해 간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