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에 먹이는 풀도 있고 가구를 만들 때나 붙일 때 쓰이는 풀이 다르다. 풀은 곡식으로 만들거나 식물·물고기 부레와 송진에서 얻기도 하며, 합성섬유로 만든 풀도 있다.
쌀풀은 말린 쌀가루를 죽쑤듯이 익히면 엉긴다. 한 숟가락에 물을 조금 섞어 사용한다. 옛날 모시·베 등을 주로 입을 때 여름에 푸새를 매일 할 때는 쌀풀을 독에 많이 준비하였다가 조금씩 떠서 사용하였다(무명·모시·명주에 사용한다). 밀가루풀은 밀가루를 쌀풀 쑤듯이 쑤며 손쉽게 쑬 수 있어 여름철에 많이 사용하며, 물의 양에 따라 풀먹인 정도가 세거나 약하게 조절된다. 명주에는 사용하지 않는다.
밥풀은 먹다 남은 밥을 풀주머니에 넣어 물에 이겨서 풀을 먹이는데 풀기운이 오래가지 않는 흠이 있다. 쌀로 흰죽을 끓여 사용하기도 한다. 떡풀은 떡가래를 물에 묻혀 주물러 풀을 만들어 골무 붙일 때 사용한다(센풀이다).
녹말가루풀은 쌀풀 쑤듯이 쑤어 사용하며 명주에 사용한다. 명주나 옥양목에는 밀풀(썩인 것)을 사용하는데, 만드는 방법은 밀을 씻어 1주일 정도 물에 넣어두면 썩는다. 썩은 밀을 굵은 채로 걸러 물에 여러 번 가라앉혀 냄새를 제거한 다음 말려서 사용할 때는 쌀풀 쑤듯이 쑤어서 사용한다.
감자가루풀은 감자를 곱게 갈아 말려 체에 쳐서 가루를 만들어 쌀풀 쑤듯이 쑤어 사용하거나 감자가루를 물에 넣어 가라앉힌 뒤 윗물을 제거하고 가라앉은 앙금으로 풀을 먹이기도 한다. 감자풀을 먹인 빨래는 풀기운이 세고 때가 잘 끼지 않아 옷의 깃 부분에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부레풀은 물고기의 공기주머니인 부레를 끓여 만드는데, 부레풀을 연줄에 올리면 빳빳하게 된다. 말린 민어 부레를 끓여 만든 풀은 붙는 힘이 특히 강하여 나무를 붙이는 데 흔히 사용한다. 아교는 동물의 가죽·뼈 따위를 고아 굳힌 황갈색의 접착제로 갖풀이라고도 한다. ≪규합총서≫에서는 아청색의 비단은 아교풀을 먹이는 것이 좋다고 하였다.
송진(松津)은 소나무의 베어진 자리나 껍질이 벗겨진 데서 나오는 끈끈한 액체로 송고(松膏)·송방(松肪)·송지(松脂)라고도 하는데, 연줄을 먹일 때 사용한다. 닥풀은 식물이름으로 뿌리만 끓여서 사용한다. 닥종이에 사용한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며 끈적거리지 않는다.
풀가사리는 홍조류(紅藻類)의 바닷말로 누르스름한 댓줄기 모양의 가지가 불규칙적으로 뻗으며, 거죽이 미끄럽고 끈적끈적하여 삶은 물로 명주나 비단을 풀할 때 사용한다. 화학풀로는 PVA(polyvinyl alcohol) 섬유를 이용한 합성섬유 풀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