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상윤(玄相允)이 지은 단편소설. 1917년 6월호 ≪청춘≫(통권 8호)에 발표되었다. ‘나’를 주인공으로 하고 있는 이 소설은 당시 지성인들의 고뇌를 그리고 있다.
다시 말해서 고등교육도 받고 모든 면에서 어느 만큼의 교양을 갖추었다고 자부하는 주인공인 ‘나’는 그를 둘러싸고 있는 주변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없다는 내용으로, 당시의 지식인들이 가졌던 이상과 현실의 괴리현상(乖離現象)을 주제로 하고 있다.
이 소설의 주제의식이 경미하나, 그 소재가 리얼할 뿐만 아니라, 형식에 있어서도 완벽한 단편소설이 되고 있다. 우리 근대문학사에서 단편소설은 창조파인 김동인(金東仁) 등에 이르러 처음 시도된 것으로 통념화되고 있으나, 그 이전에도 이런 완벽한 단편소설이 있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이 소설의 간결한 문체는 오늘 날의 문체와 비교해도 조금도 손색이 없다. 그렇다면 현상윤의 소설과 산문시와 수필류에서 보인 자연묘사와 인물묘사, 그리고 문체의 간결성은 어디서 온 것일까? 이것은 주로 작가의 개인적 재능에 달렸겠으나, 외래문학적 영향의 면도 있다고 본다.
예컨대 그의 산문 <동경유학생활 東京留學生活>의 일절에서 “투르게네프의 소설 …… 운운”하였듯이, 투르게네프(Turgenev, I. S.)를 주축으로 한 서구작가들의 표현양식에서 영향을 받았음이 확실시 된다.
한마디로 이 작품은 그 구성법이나 리얼한 장면묘사 뿐만 아니라, 완벽한 구어체문장(口語體文章)의 구사는 우리의 근대적 단편소설의 형성과정에 있어서 과도기를 대표하는 매우 중요한 위상을 차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