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후기에 이규보(李奎報)가 지은 한시. 초여름의 정경을 노래한 작품이다. 칠언절구 2수로, 『동국이상국집』 권2에 수록되어 있다.
두 수 가운데 특히 둘째 수가 유명하여, 『동문선』 권20에는 ‘하일(夏日)’이라는 제목으로 둘째 수만 실려 있다.
“홑적삼에 삿자리 깔고 바람드는 마루에 누웠다가/꾀꼬리 두세 소리에 잠을 깨었네/빽빽한 잎이 꽃을 가리어 봄 뒤에도 남았고/엷은 구름에 햇살이 새어나와 빗속에도 밝구려(輕衫小簟臥風欞 夢斷啼鶯三兩聲 密葉翳花春後在 薄雲漏日雨中明).”
이규보의 문장은 자유분방하고 웅장한 것을 특징으로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이거니와, 이규보 자신도 그의 글 「논시중미지약언(論詩中微旨略言)」에서 의기론(意氣論)을 개진하고 시의 함축미를 강조하고 있지만, 이 「하일즉사」는 신경(新警)과 기발(奇拔)을 좋아하는 이규보 시의 대표작 중 하나이다.
서거정(徐居正)이 『동인시화(東人詩話)』에서 이 작품에 대하여 “청신환묘하고, 한가하고 아득한 맛이 있다(淸新幻妙, 閑遠有味).”고 하였고, 허균(許筠)은 『성수시화(惺叟詩話)』에서 “읽으면 마음이 상쾌해진다(讀之爽然).”고 평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