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언율시로 『사가집(四佳集)』 권31에 수록되어 있다. 『사가집』에는 똑같은 제목의 시가 여러 편 있는데, 특히 이 작품이 서거정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로 일컬어지고 있다. 『국조시산(國朝詩刪)』, 『기아(箕雅)』, 『대동시선(大東詩選)』에도 실려 있다.
초여름 비가 갠 뒤 산뜻하고 생동감 있게 표현했다. 여름날 있는 보이는 대로 읊어 편안한 기분을 드러냈고, 무사태평한 선비의 모습을 보여준다.
1·2구에서는 비가 갠 뒤 다시 해가 빛나는 여름의 무더위 속에도 짧은 모자와 가벼운 적삼을 입으니 그리 덥지 않다고 했다. 3·4구에서는 장맛비 속에서 대의 죽순이 터져 나오는 정경과, 이와는 달리 힘없이 바람에 따라 흩날리는 꽃잎을 읊었다.
5·6구에서는 글 짓는 일에서 이름을 숨기고, 벼슬길에서 시비를 벗어나고 싶은 심경을 읊었고, 7·8구에서도 향이 사위어 갈 때 잠을 깨고 보니 손은 없고 제비만 드나든다고 했다.
수련(首聯)과 함련(頷聯)에서는 눈을 들어 날씨를 살피고 자신의 상태를 돌아본 뒤 다시 주변의 사물로 향하는 작자의 시각과 생각이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다. 경련(頸聯)과 미련(尾聯)에서는 부귀와 공명을 벗어나 은일을 꿈꾸어 보며 전원에서의 한적한 생활을 노래하였다. 여름날 전원에서 느끼는 안일하고 한적한 심경이 잘 묘사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