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보물로 지정되었다. 종이 바탕에 담채. 각 폭 세로 112㎝, 가로 38.7㎝. 삼성미술관 리움 소장.
사군자 화목(畵目)은 우리나라에서 선비들의 그림, 즉 문인화의 주된 소재로 크게 유행했다. 비록 현존하는 예는 드물지만 일본 오구라 다케노스케[小倉武之助] 소장의 청자상감포류수금문판(靑磁象嵌蒲柳水禽文板) 등 고려청자의 문양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사군자는 고려시대부터 그려졌다.
매화와 대나무의 조선적인 정형은 조선 중기 화단에 이르러 형성된 것으로, 어몽룡(魚夢龍)이나 허목(許穆), 오달진(吳達晋), 오달제(吳達濟) 등의 유작을 통해서 17세기 묵매의 특징을 엿볼 수 있다. 대련(對聯) 및 전체가 이어진 병풍류도 그려졌으리라 여겨진다.
19세기에 이르면 현존 작품에서 알 수 있듯이 여러 폭으로 된 대작 병풍의 매화 그림들이 다수 전래된다. 그리고 선비만이 아닌 유숙(劉淑), 장승업(張承業)과 같은 화원들의 그림들도 찾아볼 수 있는데, 당시 수요를 반영하는 것이다. 김정희(金正喜)의 제사(題辭)가 들어가 있는 「홍백매병(紅白梅屛)」(개인 소장)을 비롯해 조희룡(趙熙龍)도 여러 점의 매화도 병풍을 남기고 있다. 개인 소장의 10폭 「묵매병(墨梅屛)」, 국립중앙박물관 소장의 8폭 「홍백매병」 등은 긴 제사를 곁들인 명품(名品)들이다.
「유숙필 매화도」는 모두 8폭으로 된 홍백매병으로, 괴량감은 약하나 괴석 위로 전체가 이어진 고매(古梅)를 나타냈다. 15행(行)에 걸친 화가 자신이 쓴 제사와 간기 ‘戊辰(술신)’에 의해 유숙이 42세 때인 1868년 하지에 그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이를 통해 그의 문재(文才) 및 서필(書筆)을 알 수 있다. 나아가 이 그림은 유숙이 장승업의 스승이라는 속설에 대해 긍정적인 의미를 시사한다.
이와 같은 계열의 대작은 앞에서 언급한 조희룡, 그리고 허유(許維), 유숙, 장승업, 그리고 양기훈(楊基薰)의「홍매도(紅梅圖)」(평양 조선미술박물관 소장) 등 일관된 흐름과 유형을 엿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