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관은 남양(南陽). 자는 현경(顯卿), 호는 석창(石窓). 서울 출생. 인조 때 영의정을 지낸 홍서봉(洪瑞鳳)의 후손이며, 홍병희(洪秉僖)의 큰아들이다. 1867년(고종 4)에 진사, 1881년의 정시(庭試)에 병과로 급제하였다. 그 뒤 정랑을 지냈고, 1883년에는 승정원 우부승지에 제수되었으나 등청하지 않았다.
문인화가로서, 수묵(水墨)의 영모(翎毛 : 새나 짐승을 그린 그림)와 절지(折枝 : 꽃이나 나무 등을 그림)에서 이색적인 화풍으로 독창적인 세계를 이룩하였다.
1972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있었던 ‘한국명화근오백년전’에 「유압도(游鴨圖)」가 처음 소개되어 주목을 끌었다. 「유압도」는 그 뒤 1973년에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있었던 ‘한국미술이천년전’과 1976년 일본, 1979∼1981년 미국에서 가졌던 ‘한국미술오천년전’ 순회 전시에도 출품되었다. 또한 1977년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미공개회화특별전’에 「야압도(野鴨圖)」와 「비안도(飛雁圖)」 등 2점이 더 공개되어 그의 위치를 재확인시켰다. 그의 작품은 시원한 담묵(淡墨 : 엷은 먹물)과 대담한 농묵(濃墨 : 짙은 먹물)의 사용으로 현대적인 감각을 지니고 있으며, 수묵 효과는 마치 서구풍의 수채화를 연상시킨다.
추상적인 배경 표현과 화면 구성, 수금(水禽)의 동작 묘사 등 간략하고 속도감 있는 필치로 표현력이 강한 화격(畵格)을 이루었다. 특히 「유압도」는 부감법구도(俯瞰法構圖)를 사용하여 두 마리 오리가 물에서 헤엄치는 장면을 위에서 내려다 본 모습으로 묘사한 작품이다. 「야압도」 배경의 추상적인 산봉우리의 표현에서 독창적인 면이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