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 8년(유리왕 27) 정월에 고구려 왕태자 해명(解明)이 옛 수도인 졸본(卒本)에 거처하고 있었다. 마침 이웃 나라인 황룡국의 왕이 해명의 힘이 세고 무용(武勇)을 좋아한다는 말을 듣고 강한 활을 선물하였다.
해명은 황룡국왕이 고구려를 업신여길까 염려하여 그 사자(使者) 앞에서 활을 당겨 부러뜨린 다음 “내 힘이 센 것이 아니라 활 자체가 굳세지 못하다.”라고 말하였다. 유리왕이 이를 듣고 노하여 황룡국왕에게 말하기를 해명이 자식으로서 불효하니 청컨대 나를 위하여 목을 베라고 부탁하였다.
이에 같은 해 3월에 황룡국왕이 사람을 보내어 해명을 청하였다. 해명이 오자 처음에는 죽이려고 꾀하다가 그를 보고서는 감히 해를 가하지 못하고 도리어 예로써 보내 주었다. 이 같은 황룡국왕과 해명태자와의 관계 속에서 고구려 초기의 국가 규모 내지는 능력 뿐만 아니라 대외관계의 일면을 엿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