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의 남성무용가 조택원(趙澤元)의 추천으로 동방예술단(東方藝術團)이라는 순회 극단의 효과 음악과 막간 반주 음악 연주자로 입단한 전수린이 어느 날 그의 고향인 개성에 들렀다.
고려의 옛 궁터 만월대의 달 밝은 밤, 역사의 무상함을 느껴 즉흥적으로 만든 가락이다. 느린 3박자의 리듬에 요나누끼단음계(혹은 미야코부시 음계)로 만들어진 가요곡이다. 이 애수적인 멜로디가 전수린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가사의 1절은 다음과 같다.
황성 옛터에 밤이 되니 월색만 고요해
폐허의 설운 회포를 말하여 주노나
아 외로운 저 나그네 홀로 잠 못 이뤄
구슬픈 벌레 소리에 말없이 눈물져요
신파극단 취성좌(聚星座)의 서울 단성사(團成社) 공연 때 여배우 이애리수가 막간무대(幕間舞臺)에 등장하여 이 노래를 부르자, 객석에서는 재창을 외치며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 노래는 삽시간에 장안의 화제가 되었으며, 이애리수가 노래할 때마다 관중들도 따라 불렀다. 신경과민이던 일본경찰은 중지하라는 경고를 내렸다.
이렇게 막간무대를 통하여 유행되기 시작한 이 노래는 이기세(李基世)의 주선으로 1932년 일본 RCA 빅타레코드에서 발매되었다. 그 뒤 이애리수는 여배우에서 가수로 환영받는 스타가 되어 전수린의 신곡을 계속 취입하게 되었다. 최초의 취입레코드 라벨에 인쇄되었던 곡명은「황성(荒城)의 적(跡)」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