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필구결 ()

언어·문자
개념
각필을 사용하여 종이에 눌러 쓴 구결.
정의
각필을 사용하여 종이에 눌러 쓴 구결.
개설

이전의 한문 경전을 훈독 및 현토(懸吐)하는 데 사용된 구결은 일반적으로 붓으로 쓴 묵서(墨書) 구결만이 알려져 있었으나, 이와는 달리 각필을 사용하여 종이에 눌러 쓴 구결을 말한다.

연원 및 변천

『삼국사기』의 설총전(薛聰傳)에 의하면, “방언(方言)으로써 구경(九經)을 읽었다”라는 기록이 존재한다. 구경은 유교 경전이며 이것은 기본적으로 한문으로 되어 있으므로, 구경을 방언, 즉 고유어로 읽었다는 것은 대체로 설총이 살던 7세기 후반부터 한문에 구결을 달아 읽는 습관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20세기 1970년대 초반까지 알려진 구결 자료는 대체로 조선 후기의 산물인『유서필지(儒胥必知)』를 중심으로 한 조선시대 자료였으나, 1970년대 중반부터 불상 복장(腹藏)유물을 중심으로 고려시대의 구결이 여러 차례 발견되면서, 구결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지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주된 자료는 최근까지도 붓으로 적힌 묵서자토구결에 머물렀다. 그러다가 2000년 7월일본의 훈점학자 고바야시 요시노리〔小林芳規〕교수의 자료 조사를 통해 한국에서의 존재가 확인되었다.

현재 발견된 각필구결 문헌의 실물은 주로 통일신라시대부터 고려시대 시대 전기의 유물에 집중되어 있다. 그러나 고고학적 발견에 의하면 이미 삼국시대의 백제의 유물에서 각필로 쓴 문헌과 각필이 발견되고 있어, 그 연원은 상당히 그 보다 앞선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고바야시 요시노리 교수에 의해 소개된 통일신라시대의 구결을 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화엄문의요결(華嚴文義要決)』과 『판비량론(判比量論)』도 구결의 성립 과정을 밝히는 데 있어 중요한 문헌이나 연구는 아직 초보적인 단계에 있다.

현재까지 확인된 각필구결 문헌 중에는 조선전기의 것들도 있으므로 한국에서 각필구결이 통일신라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는 오랜 기간 동안 쓰였음을 알 수 있다.

내용

현전하는 각필구결 중 학술적으로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고려 전기의 것은 주로 한역(漢譯) 불전(佛典)류에 집중되고 있다. 각필구결은 일본의 오코토 훈점(訓點)과 마찬가지로, 한문을 훈독할 때 들어가는 조사를 부호화 한 점토구결(點吐口訣)과 구결자를 직접 적은 자토구결(字吐口訣)로 나뉘는데, 주로 점토구결이 주류를 이룬다. 이러한 각필구결은 일본의 오토코 훈점이 그러하듯이 유파마다 차이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며, 문헌마다 표기하는 방식에 차이가 있다. 현재까지 확인된 바로는 각필 점토구결의 유파는 『유가사지론(瑜伽師地論)』계열과 『화엄경(華嚴經)』계열의 두 가지로 나누어지며 이외에도 『법화경(法華經)』계열의 유파가 있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점토구결에 사용된 표기 방식에는 점토(點吐)와 선토(線吐)의 두 가지가 있는데, 점토는 다시 표기에 사용된 점이 하나이냐 둘이냐에 따라 단점(單點)·쌍점(雙點)으로 나뉜다. 이러한 점토구결을 해독하기 위해서는 점토가 한자에 찍힌 위치에 따라 어떤 의미 차이를 갖는지를 나타내는 점도(點圖)의 작성이 필수적인데, 여기에 대해서는 여러 학자들의 다른 견해들이 존재하고 있어 논쟁의 대상이 된다.

남풍현(2003)의 『법화경』 점토구결 단점 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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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호(2003)의 『화엄경』 점토구결 단점 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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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 묵서와 같이 눈에 잘 띄는 방식으로 서사된 것이 아니라, 각필을 사용해 종이에 눌러 적었기 때문에 육안으로 식별이 어렵다. 따라서 각필 스코프를 이용하여 각필구결이 잘 보이게 비춘 후에 루페와 같은 특수한 장비를 사용해야 눈에 띈다는 점 또한 연구에 난점을 더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현황

고바야시 요시노리와 이용에 의거하여 현재까지 한국에서 발견된 각필구결이 적혀 있음이 분명한 문헌과 그 소장처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동국대학교 중앙도서관〉

(1)『과주묘법연화경(科註妙法蓮華經)』: 1책. 17세기의 일본 간본으로서, 각필로 히라가나와 가타카나의 훈점, 한자·가타카나 혼용에 의한 주해가 적혀 있다.

〈고려대학교 중앙도서관〉

(2)『논어집주대전 권지9(論語集註大典卷之九)』: 1책. 15세기 전반의 목판본으로서, 각필로 구결과 주시부(注示符)가 적혀 있다.

(3)『근사록(近思錄)』: 1책. 정통(正統) 원년(1436) 간본으로서, 각필로 구결, 주시부, 절박사(節博士)가 적혀 있다.

(4)『초계심학입문(誡初心學入門)』: 1책. 융경(隆慶) 4년(1570) 간본. 각필로 적힌 구결, 주시부가 있다.

〈연세대학교 중앙도서관〉

(5)『묘법연화경 권제1(妙法蓮華經 卷第一)』: 1권. 12세기 이전에 각필 점토구결이 적힌 것으로 여겨진다.

〈성암고서박물관〉

(6) 60권본『대방광불화엄경 권제20(大方廣佛華嚴經卷第二十)』: 10세기의 간본으로서, 전권에 걸쳐 각필로 적힌 점토구결이 보인다.

(7)『유가사지론』권제5·권제8(卷第五·卷第八):고려 초조대장경본으로서 전권에 각필로 점토구결과 자토구결이 적혀 있다.

(8)『대방광불화엄경 권제22·권제57(大方廣佛華嚴經卷第二十二·卷第五十七)』: 각필로 적힌 점토구결이 존재하며, 그 계통은 (6)과 같은 것으로 보인다.

(9) 정원본(貞元本)『대방광불화엄경 권제7(大方廣佛華嚴經卷第七)』: 1권. 11세기 사본으로서, 각필로 적힌 점토구결이 존재한다.

(10)『대방광불화엄경 권제6(大方廣佛華嚴經卷第六)』: 1권. 11세기. 거란본을 복각한 것으로, 각필로 적힌 점토구결과 합부(合符)·절박사가 있으며, 상단에는 역시 각필로 한문 주석을 하였다.

(11)『유가사지론 권제85(卷第八十五)』: 초조대장경본으로서, 각필로 점토구결이 적혀 있다.

(12)『대방광불화엄경 권제36(卷第三十六)』: 1권. (10)와 같은 사람에 의해 이루어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각필 점토구결이 전권에 걸쳐 있다.

〈호림박물관〉

(13)『대방광불화엄경 권제34(卷第三十四)』: 1권. 11세기 후반의 간본으로서, (7)과 같은 세트에 속하며, (8)과 동일 계열의 각필 점토구결이 있다.

(14)『유가사지론 권제3(卷第三)』: 고려 초조대장경본으로서, (7)과 같은 계통의 각필 점토구결이 존재한다.

〈송일기 장(宋日基 藏)〉

(15)『묘법연화경 권제4(卷第四)』: 1권. 14세기의 문헌으로서 현재까지 발견된 고려시대 구결자료로서는 유일하게 음독구결이 적혀있는 각필 구결자료이다.

〈수덕사〉

(16)『묘법연화경 권제7(卷第七)』: 1권. 13세기의 문헌으로서 각필 점토구결이 적혀있다.

의의와 평가

고려시대 전기의 각필 점토구결 자료의 발견은 한국어사에서 사실상 공백상태에 있었던 10∼11세기 경의 전기 중세 한국어의 모습을 어느 정도 살펴볼 수 있게 하였다는 점에서 그 가치는 매우 크다.

또한 이러한 점토 구결 자료를 향가와 같은 고대 한국어 자료와 비교하면, 기존의 15세기 후기 중세 한국어형에 의거하였던 연구와는 달리 좀더 고대의 형태에 가까운 자료로써 고대 한국어 자료에 접근할 수 있게 되었으므로 고대 한국어 연구에 있어서도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할 수 있다. 더불어 일본에서 발견된 『화엄문의요결(華嚴文義要決)』·『판비량론(判比量論)』과 같은 이른 시기의 각필구결 자료들은 구결의 기원 문제를 논의하는 데도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일본에서 발전한 오코토 훈점의 기원에 대한 논의의 가능성 또한 열어주었다는 점에 있어서도 의미가 크다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승재가 논의한 바와 같이 한글의 기원과 연관지어 생각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문자학적인 가치가 큰 귀중한 자료이다.

참고문헌

『각필구결의 해독과 번역 4』(이승재 외, 태학사, 2009)
『각필구결의 해독과 번역 3』(이승재 외, 태학사, 2006)
『각필구결의 해독과 번역 2』(이승재 외, 태학사, 2006)
『각필구결의 해독과 번역 1』(이승재 외, 태학사, 2005)
「점토구결 연구의 현황」(이용,『한국문화』34, 2005)
「부호자의 문자론적 의의」(이승재,『국어학』38집, 2001)
「韓国の角筆点と日本の古訓点との關係」(小林芳規,『口訣硏究』8,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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