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현상적 혹은 물질적 세계에 대한 경험과 그것을 언어적 혹은 기호적인 표현으로 나타낸 것은 꼭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언어 혹은 기호 체계는 외부 세계에 대한 지적 해석의 체계이기 때문이다. 언어 혹은 기호 체계는 그것이 해석하고 표현하는 외부 세계에 대한 추상화를 반영하는 바, 베이트슨(Bateson)이 언급한 바와 같이, 언어와 기술 대상 사이의 관계는 지도와 그 지도가 나타내는 지역과의 관계와 유사하다. 지도의 해석을 통해 드러나는 지도와 지역 사이의 대응 관계가 단순한 것이 아니듯, 언어와 그 지시 대상 사이의 대응 관계를 어떻게 해석하는가도 단순하지 않은 것이다.
자연 언어(인간의 일상적 언어)는 그 자체가 내부화된 규칙을 지니고 있으며, 자연 언어 나름의 체계를 바탕으로 외부 세계에 대한 해석을 반영하므로, 외부 세계의 대상과 언어 기호로 표상되는 해석의 체계는 서로 다른 논리적 유형성(진리치)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해석의 체계는 일반적으로 인간이 언어를 습득할 때에 함께 습득하게 되는 내재적인 메타언어적 규칙 속에 포함되며, 언제 어떻게 특정 언어 기호(단어)가 특정 외부 대상과 연관되는가를 결정하게 된다. 이는 인간 개개인이 외부 세계를 파악하는 데에 동원하는 해석 체계가 그 해석 체계를 가지고 있는 인간 스스로의 속성임을 의미한다. 바꾸어 말하면 인간은 각자가 나름대로 지니고 있는 메타언어적 원칙을 통해 주어진 대상과 그 대상에 대한 추상화(해석)를 위한 의미적 기준을 세우는 것이다.
① 어떤 외부 세계의 대상 A와 그를 나타내는 언어 형식 B가 C라는 환경에서 서로 연관이 있을 때 ② A의 B에 대한 관계는 유형 C다. 이를 바꾸어 표현하면 ③ A와 B의 관계는 C에 의해 구현된다고 할 수 있다. 이를 A/B/C로 형식화한다면, A/B라는 관계는 그보다 상위의 질서인 C에 의해서 문맥화된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이러한 형식화에 기본이 되는 가정은-이러한 형식화가 어떤 기제에 의해 이루어지는가와는 무관하게- A와 B의 관계 즉 대상과 언어 기호 사이의 관계가 그보다 상위의 질서인 C라는 문맥 속에서만 완결된다는-혹은 의미를 지니게 된다는- 것이고, C는 논의의 대상이 되는 문화 혹은 기호 체계 안에서만 인식될 수 있는 문맥(context)이다. 바꾸어 말해, A가 외부 세계의 실체이고 B가 그 대상을 기술하는 언어 기호라 하면, C는 언어와 기호 사이의 관계를 결정하는 메타언어적 규칙이다. 따라서 C가 A의 B에 대한 관계에 대하여 어떤 유형 혹은 어떤 규범적(메타언어적) 규칙에 의해 형성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면, 그러한 규칙은 A가 언제 어떻게 B와 연관되는가를 이야기해줄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상위의 질서 혹은 메타언어적 규칙 c는 하위의 질서 즉 A와 B사이의 관계를 해석하는 데에 일종의 폐쇄성(해석의 제한성)을 부여하게 되며, 그러한 해석의 제한성은 자연 언어가 지니고 있는 해석 체계 속에 통합되어 존재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의미적 혹은 개념적 층위는 특정한 언어 기호와 대상 사이의 대응이 이루어지는 층위보다 상위에 존재하는 메타적 층위를 이루는 바, 할리데이(Halliday)의 지적처럼 이러한 메타언어적 현상은 최소한 문법과 의미라고 하는 두 층위로 구성된다. 이는 두 층위의 언어적 실재(linguistic reality) 즉 어휘문법적 형태와 그 형태의 의미를 해석하는 데에 메타언어가 필요함을 의미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