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 1762~1836)은 강진에서 유배생활을 하던 중 그의 나이 54세 되던 1815년에 『심경밀험(心經密驗)』을 저술하였다.
『심경(心經)』은 송대 정주학자 진덕수(眞德秀, 11781235)가 경서에 나오는 마음에 관한 격언 37구절을 뽑아서 편찬한 책이다. 그리고 명대 학자 정민정(程敏政, 14451500)이 『심경』에 대한 성리학자들의 주석을 모아서 편찬한 것이 『심경부주(心經附註)』이다. 『심경부주』는 퇴계 이황을 비롯하여 조선 성리학자들 사이에서 널리 읽혔다.
정약용은 육경(六經)과 사서(四書)에 대한 해석을 거의 완성하고 나서 자신의 삶을 다스리는 데 직접 도움이 될 것으로서 『소학』과 『심경』을 주목하였다. 소학으로 밖을 다스리고 심경으로 안을 다스리고자 하였다.
『심경밀험』은 정약용이 자기 스스로 마음을 체험하면서 스스로를 경계하기 위해 지은 것이다. 그는 경서연구를 『심경』으로 마무리 하고자 하였다.
『심경밀험』의 맨 앞부분에는 심성(心性)에 대한 다산의 철학적 견해를 종합적으로 서술한 「심성총의(心性總義)」가 있다. 「심성총의」는 다산이 경서연구를 통해서 완성한 독자적인 마음 철학의 결론을 보여주는 것으로 매우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다.
「심성총의」에 이어서 『심경』의 서른 일곱 구절에 대하여 차례대로 각 구절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서술하고 있다. 특히 성리학적 심학에서 가장 중시하는 명제인 『상서(尙書)』「대우모(大禹謨)」의 “인심유위 도심유미 유정유일 윤집궐중(人心惟危 道心惟微 惟精惟一 允執厥中)”에 대해서 “인심유위 도심유미”와 “유정유일 윤집궐중”은 서로 출처와 문맥이 다른 것으로서 의미가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모순을 지적하였다. 그리고 인격적 상제의 존재를 적극 긍정하면서 『심경』을 해석한다. 또한 마음의 욕망을 전적으로 부정하지 않고 무엇을 위한 욕망인지를 중시하고 있다.
정약용은 『심경밀험』에서 성리학적 『심경』 해석과는 다른 자신의 독특한 마음이론과 마음 수양론을 보여주고 있다. 『심경밀험』은 분량상으로는 그다지 길지 않지만 정약용의 마음에 대한 견해, 수양론, 윤리론에 관한 진수를 담고 있어서 사상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심경』에 대해 성리학적 입장에서 쓰여진 다른 수많은 주석서와는 차별화되는 독창성을 풍부하게 간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