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효의 여러 주석서 중 이제(二諦)에 대한 유일한 저술이다. 원효는 새롭게 전개되는 동아시아 불교사상사를 일정한 관점에 의해 정리할 필요를 느끼고 화쟁(和諍)과 회통(會通)의 방법론을 전개하였다. 특히 원효는 반야 중관의 중국적 전개라고 할 수 있는 삼론사상에 깊은 관심을 기울였다. 그의『초장관문(初章觀文)』은 삼론사상에 대한 첫 저작으로 추정되며 『이제장(二諦章)』역시 삼론사상에 대한 구체적인 논구로 여겨진다.
원효의 이제관을 담은 1권의 저술이지만 현존하지 않는다. 중국 삼론종의 집성자인 길장의『이제장』3권과 변별되는 원효의『이제장』1권은 아쉽게도 전해지지 않는다. 의천의『신편제종교장총록(新編諸宗敎藏總錄)』에 이 저술이 보이고 있는 점으로 보아 의천 이후『이제장』1권은 흩어져 없어진 것으로 보인다.
이제(二諦)는 진리의 두 가지 형식이자 부처의 두 가지 설법 형식이다. 언어로 설명할 수 없는 세계인 진제와 언어로 설명되는 세계인 속제에 대한 원효의 독특한 관점을 담은 저작이다. 인도 승려 용수(龍樹)의『중론(中論)』에서 거론된 이제는 고구려 승랑(僧朗)의 이제합명중도(二諦合明中道)와 중국지의(智顗)의 삼제(三諦)로 새롭게 해석되었다. 이 흐름을 이은 길장(吉藏)은 삼론학(三論學)을 집대성하여 『삼론현의(三論玄義)』와『이제장』 등을 저술하였다. 원효는 이들 선행 연구들을 흡수하면서 독자적인 이제관을 정립했을 것으로 보인다.
종래 일부의 주장처럼 원효의『이제장』은『대승기신론(大乘起信論)』에 대한 주석서로도 볼 수 있다. 그러나『대승기신론』내에 이제(二諦)에 대한 언급이 없는 것으로 보아 오히려 삼론 계통에 대한 원효의 주석서로 보는 것이 설득력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 저작은 의천의『신편제종교장총록』권3(『대정신수대장경』제55책)과 일본의『불전소초목록』상(『대일본불교전서』제95권)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원효의 삼론관(三論觀)을 보여주는 주요 저술이라는 점에 의의가 있다. 하지만 이 저술이 현존하지 않고 그의 또 다른 삼론계통 저술로 추측되는『안신사심론(安身事心論)』도 현존하지 않아 원효의 삼론관을 온전히 평가하기 어렵다. 다만 이 저술을 통하여 원효의 사상적 지평에서 삼론사상이 주축을 이루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일정한 평가를 내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