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6판. 252쪽. 작작의 첫 수필집으로 1954년 연구사(硏究社)에서 간행하였다. 저자의 서문과 노천명의 발문, 저자 자신의 발문과 36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조춘」·「춘곤」·「황혼에」·「나와 약속」·「이브들과 배암」·「풍물」·「수술」·「우수기」·「운명론」·「스캔달」·「오목」·「에누리」·「탕자의 변」·「꿈을 잃은 사람들」·「발자국」·「어느 날의 심경」·「그날도 오늘처럼」·「내 마음은」·「봄과 웃음과」·「진달래 붉게 피었는데」·「추야유정」·「망향기」·「바다는 내 고향」·「귀향」·「플라타나쓰의 서울」·「꽃다발을 그대에게 -총성 그친 터를 찾아서」·「건전한 색채를」·「백치의 행복」·「제사」·「지향」·「심정」·「눈먼 용사」·「QUOVADIS」·「범부범부」·「명일」·「회신」·「전숙희수필집에 붙임 노천명」·「「탕자의 변」에 제하여」가 있다.
전쟁 후의 스산한 풍광과 무료할 수밖에 없는 생활상들을 모두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이해의 눈빛으로, 긍정적으로 바라보고자 했던 작가의 관점이 돋보인다. 전통을 지켜나가는 모습, 따스한 인간미 등이 잔잔한 추억담으로 이루어져 있다.
전반적으로 시대상을 드러내고 있는 작품들이 소소한 일상사를 중심으로 하여 섬세한 여성의 시각으로 잘 포착되어 실려 있다. 어려운 시대를 함께 살아가고 있는 이웃들에 대한 정감어린 따스함도 놓치지 않고 있다.
효심 가득한 작가는 자신을 허물 많은 변변치 못한 사람이라 하여 부모님의 노고를 덜어드리고 기쁨이 되고 싶다는 유일한 마음을 작품으로 남기고자 하였다. 보편적 감동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한 잔잔한 공감을 주고 있다.
전숙희 수필의 특징은 내면적 성찰을 기반으로 한 자기 고백이라고 할 수 있다.
신(神) 앞에서나 인간 앞에서나 떳떳하지 못한 자의식을 중심으로 한 자아성찰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표제작인「탕자의 변」은 작가가 대표작으로 선정한 작품으로 어머니 앞에 탕자의 모습일 수밖에 없는 자신의 심정을 잘 드러내고 있는 토로담이다. 선량하신 부모님의 뼈에 사무치는 고난을 보아온 작가의 참회하는 마음을 적어 놓은 것이다.
그렇듯이 문학을 향한 자괴감 역시 탕자로 비유하고 있다. 부모님 앞에 탕자이듯이 동경하고 사랑하는 예술 앞에 확고하지 못한 신념이 바로 어쩔 수 없는 탕자의 생리라고 고백함으로써 문학을 향한 치열함의 부족을 서슴없이 보여주고 있다.
시대상을 밑그림으로 한 놓치기 쉬운 장면을 잘 포착하여 다정다감한 여성의 심리가 조촐한 필치로 그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