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5판형. 119면. 창작과비평사에서 1981년 12월 10일에 발행하였다.
이 시집은 제1부∼제4부에 걸쳐 총75편의 작품, 김명수(金明秀)의 ‘발문’, 시인의 ‘후기’로 순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시집에는 모두 75편의 시가 실려 있으며, 각 작품 말미에 창작 시기를 밝혀 놓았다. 1975년『현대문학』으로 추천받은 등단작 「사미인곡」과 「허수아비의 꿈」을 제외한 73편의 작품은 모두 79년에서 81년 사이에 창작된 것이다.
제1부에는 표제작 「벼는 벼끼리 피는 피끼리」와 「야행(夜行)」, 「질경이」 등 17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벼는 벼끼리 피는 피끼리」는 “우리야 우리 마음대로 할 것 같으면/총알받이 땅 지뢰밭에 알알이 씨앗으로 묻혔다가/터지면 흩어져 이쪽 저쪽 움돋아/우리나라 평야 이루며 살고 싶었제”에서 보는 것처럼 통일을 염원하는 이 땅의 삶의 주체를 ‘벼’로 치환하여 노래하고 있는 작품이다.
제2부에는 「화장(火葬)」, 「매장(埋葬)」, 「풍장(風葬)」 등 다양한 장례 풍속을 소재로 한 작품과 「초혼곡조(招魂曲調)」 연작 등 모두 20편의 작품이 실려 있다. 장례 풍속을 소재로 한 시들은 “구름이 몰려간 허공에 어둠이 밀려오는데/피 철철 흘리며 태어나서/불 활활 피우며 죽은 인생아”(「화장(火葬)」), 또는 “벌건 대낮에/해를 향해 눈을 휩뜨고 재를 뿌리니/바람 부는 쪽이 다 저승이더냐/모진 언덕에 돌개바람 부는구나/가거라 잘 가거라”(「풍장」) 등에서 보는 바와 같이 척박한 삶을 살다 죽어간 영혼들을 위로하는 작품들이다.
제3부에는 「멀디 먼 서울」, 「청량리 역전」 등 17편의 작품이 실려 있는데, “세상 밖에 밀려와 시린 눈 홀로 뜨고/낮별이나 찾으며 바구니를 엮는다”(「면목동 죽세공」)에서 보는 것처럼 주로 도시의 소외된 자들의 처절한 삶을 다루고 있다.
제4부에는 「비노래」, 「해노래」 등 21편의 작품이 실려 있는데, “아직 황토에 꽃 키울 일이 남았는데/봄만 갔으면 됐지 나도 가야겠느냐/비야 비야 장마비야 오지마라”(「비노래」)에서 보는 것처럼 절박한 하층민들의 삶을 민요풍으로 묘사하고 있다.
시인은 ‘후기’에서 “나는 시를 통하여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길”을 찾으려고 했다고 하면서 “모든 사람들의 삶의 운명을 묶는 원인들에 대한 성찰”이 어렵고 고통스러웠다고 밝히고 있다.
이 시집은 하종오의 첫 시집으로 분단 상황에 대한 비판적 고찰을 서정적인 방식으로 보여주고 있으며, 특히 표제작의 경우 벼의 형상에 분단 상황의 우리 모습을 오버랩시키는 장면에서 시적 특징이 드러난다고 평가된다. 아울러 민요풍 시의 시도도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