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5판형. 131면. 중앙출판공사에서 1973년 11월 15일에 발행하였다.
이 시집은 “어머님께”라는 헌사, 목차, 31편의 작품, 시인의 ‘후기’ 순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시집은 조병화 시인의 스물한 번째 시집으로 ‘어머니’라는 단일 주제 아래 쓰인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시인의 어머니께서 돌아가신 지 11년 만에 발간되었다.
이 시집의 ‘후기’에서 시인은 “어머님이 이 보이는 세상에서 저 보이지 않는 세상으로 훅 이사를 가신 지 11년이 된다. 작년 10주년을 기해서 어머님의 말씀을 중심으로 한 나의 가려진 생활의 일면을 묶으려 했”다고 창작의도를 밝히고 있다. 덧붙여 “나의 작품은 모두 나의 내면, 외면의 그 존재의 기록들이다. 때문에 나를 떠나서 나의 시는 존재하지 못한다. 때문에 나의 시는 나의 작은 역사”라고 자신의 시론을 밝혀 놓았다.
이 시집에 실린 시들은 “눈에 보이옵는 이 세상에서/눈에 보이지 아니하옵는 저 세상에/훅, 떠나신 지/어언 수삼 년/당신의 말씀 그 목소리//얘, 너 뭐 그리 생각하니/사는 거다/그냥 사는 거다/슬픈 거, 기뿐 거/너대로/다 그냥 사는 거다/잠간이다”(「눈에 보이옵는 이 세상에서」)와 같이 평소 어머님이 시인에게 하시던 말씀을 소재로 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때때로 생각나는 당신 말씀」이라는 시에서도 “때때로 생각나는 당신 말씀/말씀 중의 말씀/죽으면 썩을 살 애껴서 무엇하니”와 같이 평소 어머니의 근면하셨던 모습과 항상 하시던 말씀이 소재가 되고 있다.
또 시인은 ‘편운’이라는 아호를 사용하였는데, 「이름하여 편운재(片雲齋)」라는 작품을 보면, ‘편운재’란 시인의 어머님 묘소 옆에 지은 묘막을 가리키는 것임을 알 수 있다.
또 “해마다 봄이 되면/어린 시절 그분의 말씀/항상 봄처럼 부지런해라”로 시작되는 「해마다 봄이 되면」이라는 작품도 이 시집에 수록되어 있는데, 이 시는 새로운 출발을 의미하는 봄의 교훈적인 덕목을 통해 인생의 의미를 성찰하고 있다.
한편, 이 시집에는 여백에 시인이 직접 그린 삽화 12점을 수록하고 있다.
이 시집은 일상의 체험과 생활주변에서 그 소재를 찾아 솔직하게 진술하며, 삶을 긍정적으로 그려내는 조병화 시의 일반적 특징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으나 ‘어머니’라는 단일 주제로 엮은 시집이라는 점에서 독자성을 지닌다. 그의 시는 자기정서에 대한 충실성과 꾸밈없는 어투의 부드러움이 가장 큰 특징이라고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