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6판형. 79면. 중앙문화사에서 1957년 6월 30일에 발행하였다.
이 시집은 제1부에서 제4부에 걸쳐 22편의 작품, 김윤성(金潤成)의 ‘발(跋)’, 목차의 순서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시집의 표지와 속표지 사이에 “어머님 묘전(墓前)에 서서”라는 제목의 시인 사진과 육필로 쓴 「야연(夜宴)-어머님 묘전에서」라는 시가 수록되어 있다.
이 시집의 제1부에는 「서론(序論)」,「장독대」,「선」, 「도시의 야화(夜話)」 4편이 실려 있다. 「서론」은 “인간과 인간하고 약속하는 시간이 되었다//거침없는 이야기와 노래가/저물어가는 오후 6시에/서로의 서툴은 의견의 주장이 이 곳 도심지대에서 되푸리 되고 있었다”는 구절에서 보는 것처럼 시적 화자의 태도가 매우 논리적이고 사변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장독대」에서는 “계절의 시를 누구보다도 고스란이 안아본채/가장 안정된 기초 위에 설치되어 있다”에서 보는 것처럼 명상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제2부에는 「향수(鄕愁)의 의장(意匠)」, 「어느 지역의 계절」 등 10편이 실려 있다.「향수의 의장」은 “이탈(離脫) 못하는 연륜을 권태와 하품을 반추(反芻)하면서” 살아 온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새로운 출발을 꿈꾸는 작품이고, 「어느 지역의 계절」은 “해마다 백골(白骨)로 화(化)해가는 슬픈/지역(地域)을 수호하기 위하여/낙엽 지는 가을이면 가난과 원한에/더욱 신음(呻吟)하는 그네들의 울음소리에 잠을 못 이루어”라는 표현에서 보는 것처럼 화자의 고향에 대한 애절한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
제3부에는 「양등(洋燈)」, 「자화상」등 5편이 실려 있다. 「양등」은 ‘양등’을 소재로 하여 “항상 숨가쁜 운명이기에/상표와 기항지(寄港地)도 마구 잃어버린 채/태양 아래 방황하는 너의 모습이/어느 퇴역군인의 낡은 훈장(勳章)과도 같다”라고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제4부에는 「아가묘(墓)」, 「회귀선(回歸線)」 등 3편이 실려 있다. 「회귀선」은 “어느 지성이 이다지도 예리(銳利)하기에/너는 너의 의지대로의 방향을 잡지 못하고 〈20˚27′〉의 가시울타리 밑에서 오늘도 헤매고 있느냐? 너는 틀림없는 자유의 포로(捕虜)!”에서 보는 것처럼 정체된 자아의 자유를 향한 갈망을 노래하고 있다.
시집의 ‘발문’에서 김윤성은 해방직후 구경서 등과 동인지 『백맥(白脈)』을 발간했던 일을 언급하고 있다.
이 시집은 『폭음(爆音)』에 이은 구경서의 두 번째 시집으로 사물을 대하는 예리한 감성과 발랄한 발상, 그리고 풍부한 시어의 구사를 그 특징으로 한다. 그의 시는 자연과 인생, 인간과 역사 등의 소재를 철학적으로 다룸으로써 다소 관념적인 경향을 띠는 것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