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은 1930년대 전반 새로운 연극 양식의 하나로 소개되었던 슈프레히콜(Sprech-chor) 양식으로 쓰여진 일종의 시극이다. 슈프레히콜은 독일어로 ‘말하다’(sprechen)와 ‘합창’(chor)의 합성어로, 우리나라에서는 ‘슈프레히콜’ 혹은 ‘합창극’으로 불렸다. 1920년대 독일 노동연극에서 발생, 발전한 슈프레히콜은 1930년대 초 일본을 거쳐 국내에 소개되었는데, 프롤레타리아 연극운동가인 신고송이 적극 소개했다. 슈프레히콜 가운데 유일하게 실제 상연된 「메가폰」(신고송 작, 1932)은 대본이 남아 있지 않고, 백철과 박세영이 창작하여 지면에 발표한 대본 몇 편만이 남아 있다.
이 극은 갑, 을, 병 등의 개별 낭송으로 전개된 내용을 일동의 합창 낭송으로 소리를 모아 집중된 힘으로 확대하여 반복하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특이한 점은 계단 형태의 표기 방식을 통해 같은 낭송자의 대사라도 음의 높낮이가 있음을 명시한다는 점이다.
청색 유니폼을 입은 갑, 을, 병, 정, 무, 기, 경, 신 등 10명의 노동자가 흑색의 간단한 배경이 있는 무대에서 개별 낭송과 전체 합창을 교차 진행한다. 크게 3단 구성을 취하는데, 도입부에서는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 공간을 “어둡고 침침한 굴 속”, “떨리고 추운 지옥길”로 규정한다. 처음 이 수도에 걸어 들어왔을 때 험한 지옥의 길인 줄도 모르고 행복과 낙원을 꿈꾸려 했던 어리석음을 반성한다. 전개부에서는 이 굴의 정체를 알게 된 냉철한 현실인식 하에 새로운 희망과 광명을 찾아 온갖 고난과 고통의 행로를 걸어왔음을 제시한다. 그 과정에서 많은 동무들도 잃었고, 용기도 껶였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광명을 향해 전진하고 있음을 노래한다. 결말부에서는 광명을 향해 나가는 선발대를 본받아 자기들 후발대도 고난을 극복하고 광명을 향해 용감하게 나가자는 결의를 강렬하게 보여준다.
1930년대 전반 프롤레타리아 연극 진영에서 노동자 연극의 한 형태로 수용했던 슈프레히콜 양식을 보여주는 대본이라는 점에서 연극사적 의의가 크다. 짧은 길이로 인한 소인극 공연 가능성, 또 대중선전선동극으로서의 유효성을 확인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