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타령(場打令)’이라고도 하는데, 「각설이타령」과 「장타령」은 별개라는 설도 있다. 흔히 경기도 이남 지역에서 많이 불린다. 가무잡희(歌舞雜戱)를 벌이며 돈을 걷는 놀이패는 여러 가지가 있다. 또한, 가무잡희의 종류도 놀이패마다 다르다. 사당패나 걸립승은 염불, 초라니는 탈놀이와 고사소리, 걸립패는 걸립 농악과 고사소리, 각설이패는 「장타령」을 한다.
각설이패가 소리를 하며 동냥하는 것은 다른 놀이패들의 덕담을 모방한 것으로 보인다. 언제부터 「장타령」이 시작되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신재효(申在孝)의 판소리 사설 「흥보가」와 「변강쇠타령」에 각설이패들이 「장타령」하는 것이 나오는 것으로 미루어 조선시대에도 각설이패들이 「장타령」을 했음을 알 수 있다.
사설은 「장풀이」·「숫자풀이」·「국문뒤풀이」·「투전풀이」·「화투뒤풀이」 등이 있는데, 대부분 말풀이로 서정적인 내용이나 서사적인 내용은 드물다. 보통 4·4조로 되어 있는데, 앞에 4자, 뒤에 3자로 된 것이 많다. 장단은 2분박(二分拍)의 보통 빠르기인 4박자로 동살풀이 장단에 맞는다.
선율의 구성음은 편의상 서양 음악의 계이름으로 표시하면 ‘미·솔·라·도·레’로 되어 있고, ‘미’나 ‘라’로 마치며 ‘미·라·도’가 주요 음이다. 선법은 ‘미’음을 떨고 ‘레’에서 ‘도’로 흘러내리는 목을 쓰는 메나리토리(메나리조)로 되어 있다. 이를 보아 이 노래는 경상도에서 생겨 세상에 널리 퍼진 것 같다. 곡의 느낌은 소박하고 구성지며 씩씩하다.
「각설이타령」은 그들 집단의 이동적 성격에 따라 거의 전국에 걸쳐 전승되고 있다. 그 기본 구조로서 숫자 뒤풀이의 양식을 택하고 있는데, 뒤풀이는 본(本)풀이에 대한 대응이며 아(雅)에 대한 속(俗), 정(正)에 대한 반(反)을 의미한다.
이러한 뒤풀이 자체의 속성은 각설이타령이 단순하게 구걸을 위한 직업 기능요가 아님을 말해 주고, 각설이패 역시 구걸만을 위한 집단이 아니었음을 밝혀 준다. 「각설이타령」의 실상에서 나타난 의식적 구성과 함축적 은유는 듣는 이에게 영합하려는 구걸 이전에 듣는 이를 포섭하고 변모시키려는 적극적 의도로 가득 차 있다.
얼시구나……잘한다
품바나……잘한다
작년에 왔던……각설이
죽지도 않고……또왔네
어허 이놈이 이래도 정승판서 자제로
팔도감사 마다고…돈 한푼에 팔려서
각설이로만……나섰네
저리시구 저리시구…잘한다
품바하고……잘한다
네 선생이 누군지…남보다도 잘한다
시전서전을 읽었는지 유식하게도 잘한다
논어맹자를 읽었는지 대문대문 잘한다
냉수동이나 먹었는지 시연시연 잘한다
뜨물통이나 먹었는지 걸직걸직 잘한다
기름통이나 먹었는지 미끈미끈 잘한다
(중 략)
일자한자 들고보니… 일편단심 먹은 마음
죽으면 죽었지……못 잊겠다
……(중 략)
열에 장자나 들고 봐라 저 건너 장한 숲에
범이나 열마리 들었는데 장안 포수 다모아
그 범 한마리 못잡고 총소리만 내는구나 「각설이타령」
앞에서 인용한 것처럼 자기 묘사의 도입부에서 시작해 입방구인 반복구를 각 장 사이에 되풀이하면서 일(1)에서 장(10)자까지의 뒤풀이로 구성된다. 이렇게 열까지 헤아려 가는 열(10=장)타령, 곧 장타령이라는 항간 용어를 주목하면 「각설이타령」이 각 지역 시장(市場)의 특성만을 골계적으로 비유, 노래하는 장(場)타령이라고 부르는 것과 구별되어야 함을 알 수 있다.
흔히 「각설이타령」을 「장타령」과 동일시하는데 이러한 혼동은 10의 별칭 장이 「장타령」의 장과 동음인 데서 비롯된 것 같고 또한, 각설이 ‘패’들이 원래는 장타령 ‘꾼’에 의해 불려진 「장타령」을 레퍼터리로서 흡수한 탓일 것이다. 「각설이타령」과 각설이 ‘패’, 「장타령」과 장타령 ‘꾼’의 각기 구별된 명칭과, 복수와 단수의 변별성, 각기 내용의 독특함은 이에 대한 뚜렷한 방증이다.
설설긴다…기개장
무릎아퍼…몬보고
앉어본다…안간장
고개아퍼…몬보고
서서본다…서울장
다리아퍼…몬보고
입크다……대구장
무서워서…몬보고
도보한다…경주장
숨이가뻐…몬보고
……(중략)
춘천이라…샘밭장
신발이 질어 못보고
(후략)……「장타령」
「각설이타령」의 자기 묘사부에서 “어허 이놈이 이래도 정승판서 자제로, 팔도감사 마다고 돈 한푼에 팔려서 각설이로만 나섰네.”, “시전서전을 읽었는지 유식하게도 잘한다, 논어맹자를 읽었는지 대문대문 잘한다.” 하는 부분은 「각설이타령」 내용 분석에서 나타난 고발·풍자적 은유의 표현과 더불어 단순한 희극적 소재의 차용으로만 돌릴 수 없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각설이패는 일단 소외자들의 집단이고 방랑자들이다. 그것은 단순한 걸인 세력의 규합을 넘어서서, 신분 제도가 붕괴되는 과정에서 하향한 자들, 사회적으로 버림받은 자들의 저항적 집단일 수 있다. 자기 묘사부는 그러한 성격을 은연중에 노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1자에서 9자까지는 골계적 비유로 지속하는 반면에, 가장 윗수인 장자부에서는 ‘범’과 ‘포수’ 두 대립소를 통한 대결을 절정화시키는데, 마을굿·탈춤에서 등장하는 범·포수와 동질적인 의식을 여기에서 엿볼 수 있다. 사회적 재앙인 원흉을 자연적 재앙인 범에 비유, 그를 에워싸고도 사회 정의를 구현해 내지 못하는 주변 인물을 무기력한 포수로 보고 범과 포수 양자에 대해 비판을 번득이고 있는 것이다.
1자에서 9자까지의 희극적 연출은 장자부를 예비한 복선 구조가 되고 각설이패의 이면 의식을 절정화한 것은 장자부임이 밝혀진다. 그러나 「각설이타령」은 주도적 각설이패의 쇠퇴와 더불어 구걸 직업요로 전환, 진짜 「각설이타령」의 의식은 멀어져 가고 시대상의 변화에 따라 시사성을 담은 즉흥적 사설로 변모한다.
그러한 변화 속에서도 장자부의 범과 포수가 고정 전승되고 있다는 것은 각설이패 후예들에게도 장자부 모티프가 특히 중요한 부분이었음을 증명하는 바이다. 오늘날 「각설이타령」은 사라져 가고 있다. 각설이패라는 전문적 집단의 기능이 사회·문화 구조의 발전에 따라 제구실을 잃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