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경신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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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망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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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신앙
개념
경문을 읽어 악귀를 몰아내고 수복을 기원하는 무속신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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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
경문을 읽어 악귀를 몰아내고 수복을 기원하는 무속신앙.
내용

독경은 우리 나라 무속의식의 한 형태로 무녀들이 행하는 굿과는 달리 독경자가 앉아서 경문을 낭송하므로 ‘좌경(坐經)’ 또는 ‘앉은 굿’이라고도 한다.

독경을 행하는 독경무는 경장이·경객(經客)·판수·법사(法師)·장님·복사(卜師)·경사(經師)·독경자(讀經者)·신장(神將)·신객(神客)·술객(術客) 등 여러 명칭이 있는데, 지역에 따라 호칭이 다르다.

독경무는 대체로 장님이 많고 여자보다도 남자가 많아서 남자무당의 통칭인 격(覡)으로 지칭되기도 하나, 굿을 하는 박수·재인·화랑이·광대 등의 남무(男巫)와는 계통이 전혀 다른 부류이다. 독경무는 무의형태(巫儀形態)를 기준으로 붙여진 명칭이며, 그 중에는 남자와 여자, 강신무(降神巫)와 학습무(學習巫)도 있다.

또한, 장님 이외에 눈뜬 사람으로 독경에 종사하는 경우도 많다. 독경무는 입무과정(入巫過程)에 따라 대체로 다음의 두 가지로 나누어진다. ① 강신무 : 굿하는 무당과 마찬가지로 무병(巫病)을 앓고 선배 독경무가 ‘신도맞이’라는 의식을 행한 뒤에 독경을 하게 된 경우를 말한다.

무병을 앓을 때 이미 접신(接神)한 신의 성격에 따라 독경무가 될 것인지, 굿하는 무당이 될 것인지가 결정되며, 처음 만나 신도맞이를 행하여준 선배무당과 사제관계나 의형제가 되어 무업(巫業)을 전수받는다.

② 학습무 : 생업을 위하여 독경을 배워서 행하는 독경무를 말한다. 특히, 장님의 경우가 많아서 독경무를 ‘장님’ 또는 ‘판수’라고 부르기도 한다. 태어날 때부터 장님인 경우, 어려서부터 선배독경무인 장님을 찾아가서 사제지의를 맺고 경문암송 및 점복과 무의 진행방법 등을 배운다.

장님이 아닌 사람 중에도 경문을 배워서 독경을 업으로 삼는 사람이 있으나 특수한 경우에 불과하다. 대체로 독경무들도 신당을 모시고 있으며, 독경의례 이외에도 침술이나 점복 등을 겸하고 있다.

또한, 부적을 사용하여 방액(防厄)이나 제액(除厄)을 하기도 하며, 한문에 조예가 깊은 독경무는 풍수지리까지 공부하여 지관노릇을 하기도 한다. 이처럼 독경무는 민간신앙의 주도적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경문을 낭송하여 주술적 효과를 얻으려는 의식은 원시주술신앙에서 유래된 것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독경신앙은 굿과는 달리 세습되지 않으며, 마을의 공동체적인 무의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자생적 신앙이라고만은 보기 어렵다. 무경(巫經)의 내용에는 불교 또는 도교적 요소가 많이 나타난다.

무경의 명칭을 보면, 불설(佛說)로 시작되는 경명(經名)이 다수 있다. ≪불설용호모경 佛說龍虎模經≫·≪불설북두연명경 佛說北斗延命經≫·≪불설산왕경 佛說山王經≫·≪불설천지팔양경 佛說天地八陽經≫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명칭에만 불설이라는 단어가 붙을 뿐이지 불교의 경문은 아니고, 그 내용은 오히려 도교적인 요소가 강하다.

‘용호’·‘북두연명’ 등은 도교에서 사용하는 개념이나 신앙이다. 또한, 독경무들이 숭앙하는 신격에는 천존(天尊)·대제(大帝)·진인(眞人)·원수(元帥)·진군(眞君)·교주(敎主)·신장·천군(天君)·원군(元君) 등의 도교적인 신격이 있는가 하면, 부처·보살·나한·세존 등의 불교적인 신격도 존재한다.

이처럼 독경의 사상은 도교와 불교가 습합(習合)된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독경신앙의 근간을 이루는 요소는 현실적 인간의 삶을 보호하는 것이고 악귀를 쫓아내는 주술적 성격이다. 그리고 이같은 사상은 무속신앙과 같은 맥락을 이룬다. 한편 독경신앙의 기법은 도교와 가장 근접된 양상을 보인다.

독경무들이 점치는 방식은 ≪주역≫에서 유래된 육효점(六爻占)이고, 무경의 서술체계는 음양오행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또한, 독경무는 직접 악귀를 쫓지 않고 신장을 불러서 신장대를 내리게 하여 이를 부림으로써 귀신을 퇴치한다. 이런 점에서 독경무는 도사(道士)의 면모를 연상하게 한다.

이규경(李圭景)의 ≪오주연문장전산고≫<명통사변증설 明通寺辨證說>에 의하면, 황해도에 지함(地陷 : 땅이 움푹하게 주저앉음.)이 있어 황주와 봉산일대에 맹인이 많이 생겼고, 그들은 먹고 살 길이 없어 복술을 배우고 경문과 주문의 송독을 익혀 매복(賣卜)과 독경으로 생업을 삼게 되었는데, 맹인들 사이에는 사제의 구분이 극히 엄격하였다는 것이다.

또한, 명통사는 그들의 총본부로서 존비의 계층이 뚜렷하고 독경축수하는 행사가 정연하여 마치 관아(官衙)를 방불하게 하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독경은 맹인들만이 참여하는 것이 아니고 강신무도 다수 있다는 점에서 도교적 영향만으로 형성된 신앙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대체로 독경신앙은 악령을 쫓아내는 주술신앙이 도교와 불교의 영향을 받아 체계화된 것이다.

특히 도교의 잡술적인 기법을 받아들여 도교신앙에 기울었던 민중의 신앙을 이용하고 실리적 기복추구와 신비적 주술에 이끌리는 민중의 기대에 부응하여 번창하였으리라고 본다. 특히, 경문의 내용이 신비하고 비교적 조리를 갖추었고, 귀신을 퇴치하는 방식이 실감을 자아낼 수 있어 환영을 받았던 것으로 본다.

가정에서 주로 행하며 마을 공동으로 주관하는 동제행사(洞祭行事)에는 독경의례가 별로 없다. 가정에서 행하여지는 독경의례는 그 목적에 따라 기복의례(祈福儀禮 : 안택·고사·성주받이)·치병의례(治病儀禮 : 독경)·독경자 자신의 정기의례(신도맞이·정기제의)의 세 가지로 분류된다.

(1) 기복의례

가정의 주신(主神)인 성주신과 터주신에 대한 제의로서 가정의 안녕과 복운을 비는 것인데, 안택·고사·성주받이 등으로 불린다. 안택이나 고사는 농사를 마친 음력 10월이나 정월에 많이 행하며, 새로 나온 곡식으로 가신(家神)인 성조신에게 제향(祭享)을 하고, 재물창성·자손번성 등 가정의 복운을 기원하는 의식이다.

성주받이는 집을 새로 짓고 이사한 경우에 가신인 성조신을 맞이하여 봉안하는 의식으로서, 이사한 직후에 행하거나 이사한 뒤 가정에 우환이 자주 발생할 때 행하는데 절차는 다음과 같다. ① 택일 : 제주가 독경무를 찾아가서 무의를 하겠다고 하면 독경무는 산통으로 점괘를 뽑고 길일을 골라 무의를 행할 날짜를 정한다.

길일은 대체로 육갑(六甲) 간지(干支)에 의하여 생기(生氣)·복덕(福德)으로 정해진 날을 선택한다. ② 재계(齋戒) : 날짜가 정해지면 3일 또는 7일간 집안에 금줄을 매고 우물을 청소하고 제주는 목욕을 하며 부정한 것을 보지 않기 위하여 조심한다. ③ 제물준비 : 제물은 가정형편에 따라 규모가 결정되는데, 대체로 독경무의 지시를 따른다.

안택의 경우는 시루(백설기)·삼색과일·백미 등이며, 굿과는 달리 비린 고기를 쓰지 않는다. ④ 경당배설(經堂排設) : 독경무는 제주집에 와서 대청 또는 안방에 경당을 배설한다. 신위를 모신 벽에 제상을 놓고 북을 달아맨다. 귀신잡이를 할 경우에는 위목(位目 : 신장의 이름을 종이에 쓴 것)을 써서 붙이기도 한다.

안택은 대체로 오후부터 시작해서 자정이 넘으면 끝낸다. ⑤ 독경절차 : 제물진설(祭物陳設)이 끝나면 독경무는 북(또는 북과 징)을 치며 조용히 축원을 시작한다. 축원은 제향하는 목적과 정성을 쏟은 사연, 그리고 신들의 감응을 비는 내용이다.

한 차례의 경문독송을 한 석(席)이라고 하는데, 그 석순(席順)은 지역의 무풍(巫風)에 따라 일정하지 않으나, 대체로 부정경·지신경·성조경·명당경·조왕경·삼신경·환위경 등의 순서로 전개된다. 이러한 안택의 절차는 지역에 따라 또는 독경무 개인에 따라 차이가 나는 것이 보통이다.

(2) 치병의례

질병을 고치기 위한 무의인데, 특히 정신병환자의 경우에 많이 행한다. 독경무들은 질병의 발생원이 악귀가 사람에게 붙어 장난을 하기 때문이라고 보고 독경을 하여 존신(尊神)의 힘을 빌려 악귀를 몰아냄으로써 질병이 치료된다고 믿고 있다.

이러한 신앙은 굿하는 무녀들이 질병의 원인을 신의 노여움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굿을 통해 이를 풀어줌으로써 질병이 치료된다고 믿는 생각과는 대조적이다. 질병의 치료를 위하여 행하는 독경무의 의례를 ‘경 읽는다’ 또는 ‘독경한다’고 하는데, 그 절차는 다음과 같다.

① 문복(問卜) : 환자가 발생하였을 때 독경무를 찾아가 문복을 한다. 문복의 결과 악귀의 장난이 병의 원인이라고 판명되면 독경무는 악귀를 몰아내기 위한 무의 준비를 지시한다. 독경기간은 병자의 경우에 따라 다르며, 보통 1일·3일·7일·21일·100일까지로 구분한다.

② 경당배설 : 안방이나 대청 또는 후원에 경당을 배설한다. 경당 앞면 벽에 천존·옥황상제·태상노군(太上老君) 등의 존신신위를 붙이고 그 앞에 제상을 놓는다. 제상에는 안택할 때와 거의 같은 제물을 진설한다.

그 다음 신의 명칭을 창호지에 경면주사로 써서 경당 내부 전후좌우에 붙이는데, 이것을 ‘신장위목(神將位目)’이라고 한다. 존신신위 측면에 철망(鐵網)이라는 그물을 드리우기도 한다.

③ 제의절차 : 독경자는 경당에 분향하고 몇 차례 절을 한 뒤 북(또는 북과 징)을 울리며 축원문을 낭송한다. 축원은 독경을 하게 된 사유와 이것을 준비하기까지 드린 정성, 그리고 독경의 목적이 성공하도록 도와달라는 기원의 내용으로 이루어지는데, 대체로 가신인 성조·조상·조왕·제석 등에게 고하는 경문이다.

그 다음 ≪청신경 請神經≫을 읽어 신장을 청하는데 <신장편 神將篇>과 ≪청신경≫이 낭송된다. 그리고 ≪옥추경 玉樞經≫·≪옥갑경 玉甲經≫·≪천지팔양경 天地八陽經≫ 등의 경문을 반복하여 낭송한다.

독경이 도(度)가 차면 ‘귀신잡이’를 하게 되는데, 이때는 징과 북을 함께 치든가 북에 숟가락을 달아서 쇠소리를 내면서 격렬하고 빠른 속도로 경문을 낭송한다. 경문은 ≪옥추경≫·≪옥갑경≫·≪축사경 逐邪經≫·≪팔문대장경 八門大將經≫·≪철망경 鐵網經≫·≪박살경 搏殺經≫ 등 강력한 주술적 내용이 담긴 것이다.

독경무는 ‘신장대잡이’ 한 사람과 ‘사귀(邪鬼)대잡이’ 한 사람을 뽑아서 먼저 신장대부터 잡게 한 뒤, ≪청신경≫을 낭송하여 대를 내리게 한다. 그리고 무슨 신장이 내렸는가 확인하고 질병의 근원이 되는 악귀의 존재를 묻고 신장대잡이에게 잡아올 것을 명령한다.

신장대는 집안을 뒤져서 귀신을 잡아오는데, 만약 귀신이 다른 집이나 다른 마을에 있으면 그곳까지 가서 귀신을 잡아온다. 이 때, 독경무는 계속해서 경문을 낭송한다. 귀신이 잡혀오면 사귀대잡이가 사귀대를 붙들고 귀신을 내린다.

신장대잡이와 사귀대잡이는 격렬하게 다투며, 귀신의 힘이 약해지면 진흙이나 밀가루로 만든 구슬모양의 귀신에게 귀신을 옮기고 빈병[囚鬼甁]에 가두어넣는다. 이 때, 귀신의 원을 풀기 위하여 ≪해원경 解冤經≫을 읽기도 한다.

귀신이 갇히면 독경무는 점복으로써 이것을 확인하고 ‘지옥부(地獄符)’로 귀신을 싸고 왼새끼줄로 결박한 다음 신장대가 가리키는 방위에 가서 땅을 파고 묻는다. 만약, 귀신이 도망갔다든지 다른 악귀가 또 있다면 계속해서 같은 절차로 귀신을 잡아가둔다.

‘귀신잡이’가 끝나면 ≪신장환위경≫을 읽어 신들의 노고를 치하하고 되돌려보낸 뒤 가신축원문을 낭송하여 집안의 신들을 진정시킨 다음 복덕을 빌고 독경을 마친다.

귀신이 환자에게 붙어서 떨어지지 않을 경우 불을 뿜거나, 신도(神刀)로 위협하기도 하고 환자의 병이 위중할 때는 닭 등의 짐승을 잡아 대수대명(代獸代命)의 주술을 행하기도 한다.

(3) 독경자 자신의 정기의례

독경무도 신당을 설치하고 주신을 봉안하고 있으며, 자기가 모시는 주신에게 정기적으로 무의(巫儀)를 행한다. 신자의 정기무의는 ‘신도맞이’·‘사월초파일제’·‘칠월칠석제’ 등이 있다.

‘신도맞이’는 처음 신도를 맞이한 날을 기념하고 신통력을 갱신하고 증진시키기 위하여 행하는 의례로서 독경무 자신의 무의이다. 대체로 수양관계를 가진 단골신도들이 함께 참여한다. 이때에도 악귀의 장난이 있으면 귀신잡이를 행하기도 하는데 대체로 축원이 중심이 된다.

사월초파일이나 칠월칠석 등에도 독경무 자신의 무의를 행하는데, 이것은 자기가 모신 신에 대한 제향이며, ‘정성드린다’고 하기도 한다. 이것은 무 자신의 신통력을 새롭게 하고 증진시키는 무의로서 엄격한 금기와 지극한 정성이 요구된다. 무에 따라서는 산에 들어가서 수도하기도 한다.

독경은 굿과 더불어 한국 무의의 두 가지 큰 형식이므로 굿과 그 성격을 대비하면 특징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첫째, 독경의 무구(巫具)나 무장(巫裝)은 굿과는 달리 간단한 것이 특징이다.

굿에서 사용하는 무구는 부채·신기(神旗)·신칼·신령(神鈴)·신경(神鏡)·장구·제금·징·피리·해금 등 다양하나, 독경에서는 점구(占具)로서 산통, 악기로서는 북, 그리고 신장대와 귀신병 등이 사용될 뿐이다.

무당의 굿에서는 각 머리에 따라 무복(巫服)이 달라지고 신모(神帽)도 각각이지만, 독경에서는 평복을 그대로 사용하며 특별한 무장이 없다. 이처럼 무장이나 무구가 복잡하지 않은 것은 독경이 사제적 기능(司祭的機能)보다는 주술적인 치병기능에 중점을 두었던 신앙임을 말해준다.

둘째, 독경에는 춤과 노래 및 놀이부분이 존재하지 않는다. 굿에서는 춤과 노래로 의식이 진행되고 신을 즐겁게 하기 위한 놀이[演戱]가 곁들여진다. 그러나 독경에서는 경문의 낭송과 악귀퇴치의 행위가 있을 뿐 춤이나 노래는 삽입되지 않는다.

셋째, 독경은 제물이 간소한 것이 특징이다. 굿에서는 제물이 풍성할수록 좋고, 소·돼지 등 희생(犧牲)을 주요제물로 여기고 있다. 이에 비하여 독경의 제물은 시루와 백미·청수(淸水) 등이며, 푸짐한 것보다는 깨끗한 것을 중하게 여긴다.

넷째, 독경에서 낭송되는 무경은 굿에서 가창되는 무가와 달리 존신을 청해다가 악귀를 구축하는 내용이며, 일반사람들이 들어서 이해할 수 없는 주문이 많다. 굿은 인간의 삶에 저해되는 요인이 신의 노여움 때문에 일어난다고 생각하고 신의 노여움을 푸는 의식이다.

그리하여 신을 즐겁게 하기 위해 풍성한 제물을 차려놓고 즐거운 음악과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춘다. 따라서 굿은 신에 대한 잔치이고 인간이 신을 접대하는 성격이 강하다. 그러나 독경은 인간의 병고는 악귀의 장난 때문이며 이러한 악귀는 존신의 힘을 빌려 퇴치할 수 있다는 사고를 보여준다.

따라서 독경은 인간의 삶을 보호하는 적극적 주술의식이고, 그 숭앙하는 신은 인간의 삶을 보호하는 선신(善神)의 성격을 가진다. 다섯째, 독경에서 숭앙되는 신격(神格)은 위계질서가 있으며 성현적(聖顯的) 성격을 가진다. 굿의 신격은 신들 사이에 위계질서가 확립되어 있지 않다.

각 신들은 인간과 관계를 가질 때만 신으로서 의식되고 인간의 행·불행에 관련된 신으로서의 기능이 중요시된다. 그러나 독경무가 숭앙하는 존신은 가장 높은 신인 천존과 실제 귀신을 퇴치하는 신장에 이르기까지 위계가 확립되어 있다.

또한 굿에서 숭앙되는 신들은 인간의 모습과 같은 본능적 감정을 가지고 있어서 노하기도 잘 하고 노를 풀기도 잘 하며 억지와 심술도 있고 탐심도 있다. 그러나 독경에서 숭앙되는 존신은 인간적 정감이 그대로 드러나지 않으며, 인간적인 약점 또한 찾기 어렵다.

굿의 신들이 위현적(威顯的) 존재라면 독경의 신들은 성자적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이상의 독경신앙의 특징을 종합하면 독경은 굿과는 달리 인간사회의 질서가 중요시되던 시대에 형성된 적극적 주술의식이고, 인간의 삶에 저해되는 요인에 대하여 공격적이며 투쟁적인 사고를 보여주는 신앙형태라고 할 수 있다.

독경신앙은 전국에 고르게 분포되어 있으며, 굿하는 무당보다도 더 많은 신자를 확보하였던 것으로 나타난다. 정확한 통계는 조사된 바 없으나 ≪조선의 무격≫에 의하면 1930년 당시 생업을 위해 무당이 된 사람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나는데, 이들은 대체로 맹인들이라는 점에서 독경무임을 알 수 있다.

맹인이 아니더라도 배워서 할 수 있는 무업 중 독경이 가장 쉬운 것이어서 생업의 방편으로 무업을 선택한 사람은 독경무임이 확실하다. 굿은 점복방식이 신점(神占)이어서 일반사람이 배우기 어렵고 또한 가무(歌舞)를 잘 해야 하므로 타고난 목청이 좋아야 한다.

그러나 독경은 경문의 낭송으로 무의를 진행하며, 경문은 책으로 간행된 것이 많아서 학습하기에 편리한 이점이 있다. 따라서 독경무가 굿하는 무당보다도 숫자가 많았던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또한 충청북도의 경우 1976년 당시 입무(立巫), 즉 굿하는 무당은 16명인 데 비하여 좌무(坐巫), 즉 독경하는 무당은 2,014명이나 되어 압도적으로 독경무가 많음을 보여준다. 충청도는 무풍이 굿을 경멸하는 경향이 있어서 굿하는 무녀도 독경을 겸해야 무업을 행할 수 있는 곳이다.

이런 점에서 독경신앙은 우리 나라 전역에서 광범한 세력을 가졌던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독경은 치병의례가 중심이어서 의학이 발달한 현대에는 쇠퇴일로를 걷고 있다. 따라서 독경무의 치병기능은 쇠퇴하고 그 대신 예언기능이 강해져서 운명감정 등의 복술업(卜術業)이 성행하고 있다.

독경의례 중의 하나인 성주받이와 안택 등도 집안에 성주신조차 봉안하지 않게 되자 점차 없어져가고 있다. 그러나 독경신앙은 오랜 기간 우리 민족의식의 일면을 지배하였던 신앙으로서 독경무들이 행하였던 축원문·경문 등은 구비문학의 전통으로 수용되고, 그들이 가졌던 악령구축의 기상은 사회악을 제거하고 사회질서를 확립하는 집단의식으로서 뿌리깊게 남아 있는 것으로 본다.

참고문헌

『충청도무가』(김영진, 형설출판사, 1976)
『한국도교사상연구』(차주환, 서울대학교 한국문화연구소, 1978)
『朝鮮の巫覡』(朝鮮總督府, 1932)
「경무고」(서대석, 『문화인류학』 1, 19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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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필자
서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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