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판. 170면. 작자의 제2시집으로, 1938년 중앙인서관(中央印書館)에서 발행하였다. 모두 62편의 작품이 4장으로 나뉘어 수록되어 있고, 서두에는 범례에 해당되는 ‘만가각서(輓歌覺書)’ 4조(條)가 있다.
제1장 ‘만가’에는 「만가 1」·「만가 2」·「만가 3」·「빙점」·「석문(石門)」 등 13편, 제2장 ‘동쪽’에는 「동쪽」·「추억」·「암야(暗夜)」·「과거」 등 14편, 제3장 ‘야음화(夜陰花)’에는 「야음화」·「염불」·「공작」·「배암」·「코끼리」 등 15편, 제4장 ‘적료(寂寥)’에는 「소시민철학」·「정물(靜物)」·「적료」·「제비있는 풍경」·「춘부근(春附近)」 등 20편이 각각 실려 있다.
‘만가각서’에 의하면 여기에 수록된 시편들은 제1시집인 『대지』 이후 1937년 4월부터 12월까지 9개월 동안 쓰여진 것으로, 작자의 생활 호흡을 기록한 연륜의 결산임을 알 수 있다.
이 시집에 담긴 작품 내용을 보면 첫 시집 때와 조금 차이를 보이는데, 『대지』에서는 대체로 식민지의 질곡에 허덕이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부정적인 눈으로 노래한 반면, 『만가』의 작품들은 서경적인 것이 많으며 사적(私的)인 감정의 단면을 드러내고 있다.
“푸른 하늘이다/흰구름이다/벌거숭이 나무들의 화장(花粧)이다.”로 시작되는 「춘부근」에서 이러한 특징이 잘 드러나고 있다. 또한, 이 시집 제2장에는 공작·코끼리·뱀 등을 제재로 하는 작품들이 다수 실려 있어 주목된다. 이것은 그가 뒤에 낸 『동물시집』의 습작부라고 볼 수도 있다. 한마디로 『만가』는 윤곤강이 그 뒤 계속 시도한 순수시 제작의 단면을 드러낸 시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