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은 피·기장·조보다 조금 뒤늦게 이 땅에 들어왔으며, 이것으로 국수를 만들어 먹은 것은 고려 때부터였다.
그런데 ≪고려도경(高麗圖經)≫에 의하면 밀의 수확량이 적어 중국으로부터 수입을 할 정도였으므로, 밀국수는 성례 때나 쓰는 귀한 음식이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조선시대에 이르러서도 밀국수는 여전히 귀한 음식이었고, 민속적 의미까지 부여되어 각종 잔칫상에 올려졌다.
곧 첫돌에는 오복(五福)을 비는 의미로, 혼례 때는 여러개의 국수가락이 잘 어울리고 늘어나는 것처럼 부부의 금슬이 잘 어울리고 늘어나라는 의미로 각각 잔칫상에 올려졌다. 또, 회갑상에도 밀국수장국을 말아 올리는 것이 상례였는데 이것은 장수를 비는 뜻에서였다.
이 밖에도 더위를 쫓는다고 하여 유두일에 먹기도 하였는데, 이것은 이때가 밀의 수확기였기 때문인 것으로 여겨진다. 밀로 국수를 만들 때는 우선 맷돌에 밀을 곱게 갈아 체에 쳐서 밀가루를 만든 다음, 이것을 물로 반죽하여 국수틀에 눌러서 국수발을 만든다.
맷돌에 간 밀가루는 색이 깨끗하지 못하고 양이 적다는 단점이 있기는 하나 그 맛은 제분소에서 만든 것보다 훨씬 구수하다. 그러나 제분소가 생긴 이후로는 맷돌로 가루를 만드는 경우가 많이 없어졌다.
국수틀에서 나온 국수발은 물에 삶아 찬물에 여러 번 헹구어 사리를 지어 물기를 뺀다. 상에 낼 때는 국수사리를 그릇에 담고 장국이나 육수를 부은 뒤 채소·닭고기·편육 등을 고명으로 얹는다. 또, 닭고기를 넣은 미역국에다 국수를 넣고 물을 약간 부어 익혀 먹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