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경은 본관이 청주이고, 자는 숙경(叔敬), 호는 신재(信齋), 시호는 문간(文簡)이다. 1382년(우왕 8) 문과에 급제하여 예의좌랑, 우정언, 종부령을 거쳐 1392년(공양왕 4) 밀직사우부대언(密直司右副代言)에 승진하였고, 이 해에 이성계가 개국하자 추대의 공으로 익대개국공신(翊戴開國功臣) 3등에 책록되었다. 1396년(태조 5)서원군(西原君)에 봉해지고, 1399년(정종 1)에 경기좌도 도체찰사가 되었다가, 태종 때에는 이조판서를 거쳐 우의정, 영의정에 이르렀다. 그의 인품은 늘 청백하였고 사람을 기용하는 데 공정했으며 검소한 생활을 했다고 하며, 글씨를 잘 썼다고 한다.
한상경 영정의 작화 계기는 개국공신으로 책봉되어 왕명에 의해 그려진 것으로 보이나, 이 화폭에 남아 있는 이경석(李景奭)의 「화상찬(畵像贊)」을 보면 “璘工重模, 倣寫于眞(인공중모, 방사우진)”이라는 구절이 있어, 이 상은 원본인 개국공신상을 17세기에 중모한 것으로 추정된다. 1998년 4월 13일 경기도 유형문화재(현, 유형문화유산)로 지정되어, 경기도 남양주시청주한씨 문간공파 종가 사당에 봉안되어 있다.
화폭의 왼편 상단에는 “推忠翊戴同德開國功臣大光輔國崇綠大夫領議政府事西原府院君增諡文簡公韓尙敬字叔敬號信齋(추충익대동덕개국공신대광보국숭록대부영의정부사서원부원군증시문간공한상경자숙경호신재)”라는 표제가 있다. 화폭의 위쪽에는 7㎝ 가량의 비단을 붙인 위에 이경석의 「화상찬」과 그의 호 ‘白軒(백헌)’이라는 붉은색 방형 인장이 찍혀 있다.
초상은 좌안8분면에 공수자세를 취하고 의자에 앉아 있는 전신교의좌상으로, 양 각이 아래로 늘어진 사모에 담홍포(淡紅袍)를 입고 있으며, 모란문의 삽금대를 착용하고 있다. 담홍포의 왼쪽 트임 사이로는 자주 빛 내의와 붉은빛 안감, 그리고 녹색 첩리가 차례로 보이며, 담홍포 아래로는 흑화를 신은 양 발이 보이는데, 왼발이 조금 앞쪽으로 나와 있다.
안면의 표현기법을 보면 안색은 살색으로 채색한 뒤 양 볼과 법령 등을 선염하였고, 외곽선은 피부색 보다 짙은 토색 계열로 그린 뒤 눈썹, 눈꺼풀, 귀 밑 머리, 수염 등을 섬세한 필선으로 묘사하였다. 의복은 전체적으로 담홍색을 칠한 뒤 옷주름 사이사이에는 동색 계열로 음영을 조금 넣었다.
이 작품의 상용 형식으로 보면 좌안 8분면은 전형적인 조선 중후기 초상화의 형식을 보여주고 있다. 비록 17세기의 이모본이기는 하지만 원본에 충실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