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5판형. 150면. 도서출판 청사에서 1987년 12월에 발행하였다.
2003년 3월 ‘천년의 시작’에서 재출간하였다.
‘청사’에서 간행된 시집은 목차, 시 본문, 박영근의 발문(「이재무 시를 위한 에세이」), 시인의 후기로 구성되어 있다. ‘천년의 시작’에서 재출간된 시집은 맨 앞에 ‘재출간에 부쳐’라는 시인의 서문, 차례, 시 본문, 유성호의 해설(「동일성의 기억이 타자를 향하기까지」), 시인의 후기로 구성되어 있다.
이 시집에 실린 작품은 모두 75편인데 1부∼4부로 구성되어 있다. 이 시집에서 가장 눈에 띄는 시들은 시인의 ‘가족사’와 관련된 시들이다. 박영근은 발문에서 “이재무의 시를 이루고 있는 가장 큰 뼈대는 그의 가족사”라고 언급하고 있다.
그의 시에는 농촌의 가난한 집안의 내력들이 자주 등장한다. 예를 들면 3부에 실린 「재식이」에서 “아비의 평생과 죽은 엄니의 생애가/고스란히 거름으로 뿌려져 있는/다섯 마지기 가쟁이 논이 팔린 지/닷새째 되는 날/품앗이에서 돌아온 둘째 동생 재식이는/한동안 잊었던 울음 쏟고 말았다”와 같이 표현되는 어머니의 죽음, 아버지와 동생들의 고달픈 노동과 같은 것들이다.
이 시집의 또 한 축을 이루는 것은 도시 빈민들의 모습이다. “아비가 영문도 모르는 이유로/실직을 당하여 술주정뱅이 알콜중독자”가 되자 “허름한 뒷골목 포장집에서/술 취한 행인 부르며/호떡을 파는” 아이의 모습을 그린 「포장집에서」, “이루지 못한 집장만의 꿈”에 “주택 복권 한 넉 장 사고” “어쩌다 만나는 껌 파는 할머니”에게 “죄스런 맘으로 은전 한 잎 드리”는 동네 아저씨의 모습을 그린 「김씨 아저씨」 등이 그런 작품들이다.
이 시집은 자신의 가족사를 배경으로 농촌의 궁핍한 현실을 섬세하면서도 서정적인 시선으로 형상화했다고 평가된다. 또한 1980년대 농민시 분야를 확장시키는데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