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6판형. 64면. 인문사에서 1939년 11월 30일에 발행하였다.
이 시집은 서문이나 발문이 없이 Ⅰ부∼Ⅳ부에 걸쳐 20편의 작품이 실려 있고, 작품 뒤에 목차가 붙어 있다.
Ⅰ부에는 「Initial」, 「순이와 나와」, 「조개」, 「병실」, 「향수」, 「호수로 가는 길」 등 6편, Ⅱ부에는 「병든 아가씨와 앵무」, 「슬픈 조각달」, 「바다로 가는 여인」, 「가마귀」, 「여인1」, 「여인2」 등 6편, Ⅲ부에는 「바다」, 「복녀1」, 「복녀2」, 「소년」, 「매소부(賣笑婦)」 등 5편, Ⅳ부에는 「누나」, 「아가」, 「귀거래」 등 3편이 수록되어 있다.
이들 작품 중 「향수」, 「바다로 가는 여인」, 「호수로 가는 길」 등은 모더니즘의 단면을 드러낸 작품이다. 「향수」의 마지막 연은 “수평선 아득히 아물거리는 은색의 향수. 나는 찌저진 추억의 천막을 깁는다, 여기 모래벌에 쥐저안어―”로 되어 있는데, ‘은색의 향수’라든가 ‘추억의 천막’ 등의 표현이 1930년대식 모더니즘의 표현에 해당된다.
「바다로 가는 여인」은 병든 여인이 바다 가까운 요양원에서 생활하다 끝내 죽음으로 최후를 맞는 모습을 그리고 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 외에 「여인1」과 「여인2」라는 작품도 병든 여인을 주된 소재로 한다는 점에서, ‘장만영이 죽어서 자신의 곁을 떠나간 여인에 대한 슬픈 마음을 달래기 위해 한 권의 시집을 묶은 것은 아닐까’하고 추측하는 견해도 있으나, 이보다는 병원과 병든 여성을 모더니즘과 연결시켜 ‘20세기식 도시 지향적인 것’으로 파악해야 한다는 견해가 온당해 보인다.
한편, 시집의 맨 마지막에 실린 「귀거래」는 “새벽마다 벼개는 내 눈물에 젖었드라/아가는 나를 기다리는가/돌아가리, 내 아가의 곁으로 돌아가리”와 같이 시작되는데 모더니즘적 성향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작품으로 파악된다.
이 시집은 첫 시집 『양』(1937)에 이은 두 번째 시집으로 1930년대 시단을 풍미했던 모더니즘의 영향을 받고 있다. 장만영의 모더니즘 시는 대개 수사적 차원에 머물렀고, 의식 성향에 있어서는 오히려 전원적이고 비실험적인 요소를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