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은 인간을 외적으로부터 보호하고 아울러 수시로 변화하는 외부환경의 시련에서 벗어나 우리의 생명을 보존하며, 평안하고 단란한 생활을 위한 실내환경을 창조하는, 인류가 만든 최초의 조형물이다. 인류문화가 발달함에 따라 건축기술이 발달하였으며, 건축물은 그 시대의 문화를 대변하는 예술물로서 등장하게 되어 오늘날 우리는 세계 곳곳에서 인류가 걸어온 문명의 발자취를 볼 수 있다.
곧, 건축은 그 발생의 시초부터 기술과 예술의 종합체로서 성립되어 왔다. 또한, 근세에 이르면 과학문명의 발달로 말미암아 건축의 용도가 매우 다양해졌다. 그 기능의 합리성과 용도의 합목적성이 요구되었고, 경제성도 추구하게 되었다. 오늘날 건축이 어떤 목적과 요구에 따라서 설계되고, 건축물로 시공, 완성되는 단계에서 거기에 내포되고 있는 여러 이론과 기술을 체계화한 것이 건축학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건축학이란 건축에 필요한 모든 학문과 지식을 종합해서 분야별로 체계화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즉, 다른 공학부문의 학문과 같이 전문성에 따라 명확한 구획을 할 수 없으며, 다른 예술이나 인문과학부문과 같이 독자성을 주창할 수도 없는 것이다. 따라서, 건축학은 이상의 여러 부문의 학문을 종합해서 그 시대의 사회적 요구를 충족시킴으로써 그 시대의 건축문화를 창조하는 기초학문이라고도 할 수 있다.
건축은 기술분야 이외에 조형으로서의 창의성을 추구하는 예술분야도 포함하고 있으나 그림이나 문학 등 다른 예술과는 그 표현수법이 다르다. 즉, 프로그램에 따라 기능과 구도 및 설비 등으로 구성되어 환경과의 조화를 꾀하므로 구조와 소재 등이 그 자체로써 미를 표현하는 것이다.
순간적인 영감이나 돌발적인 천재성에 의하는 것이 아니라, 건축가의 경륜과 연구성과 등이 합쳐져 그것이 기초가 되고 더욱 심화, 발전됨으로써 표출되는 창의성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건축학이란 이공학부문에 속한다고 말할 수 없고, 예술분야에도 속하지 않으며, 이공학 기술과 예술을 포함하는 종합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나라에서 건축에 관한 고등교육은 일제강점기에 관립 경성고등공업학교 건축과에서 처음 이루어졌으며, 이것이 광복 후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의 건축학과로 개편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여기서 특기할 것은 건축교육제도로서 공과대학에 건축학과가 설치됨으로써 유럽·미국 등의 건축교육이 디자인 위주의 보자르식(Beaux'arts式)인 것과는 다른 길을 걷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 나라도 광복 직후 미술대학에 통합하자는 움직임이 있었으나, 당시 기성건축인과 학자들의 대부분이 일본식 건축기술자로서 교육을 받았던 까닭에 기술적인 면에 중점을 두고 공과대학에 건축학과를 설치하도록 하였다. 그러나 최근에 이르러서는 많은 건축인들이 건축학과의 특수성에 비추어 외국과 같이 건축학부나 건축대학으로 독립하여야 한다는 것을 강력히 주창하고 있으나, 아직도 이 문제는 논의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우리 나라의 건축교육은 공과대학의 단일학과로 존재하며, 교과운영에 있어서는 디자인 위주의 교육방식을 어느 정도 받아들인 독특한 한국적 건축교육의 틀이 잡혀가고 있다.
건축학은 심미성·기능·구조의 3대분야와 건축의 역사·법규 등 기타 분야를 다루는 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 첫째로, 심미성에 관한 학문분야는 건축설계·조형론·건축의장학·현대건축론 등 건축의 미에 대하여 학문적인 연구를 하는 것으로, 최근에는 환경심리적으로 연구하기도 한다. 동시에 건축에 대한 철학적 해석을 위한 건축론과 건축생태학 및 건축기호론·정보이론 등도 활발히 연구하고 있다. 또한, 실내장식이론과 최근 건축에서 분리된 조경 및 도시설계원리도 이 분야에 속한다고 보겠다. 즉, 기능에 대한 형태·색채·공간디자인 등에 대한 교육과 연구를 하는 분야인 것이다.
둘째로, 기능에 관한 분야는 건축의 용도와 목적에 관한 학문으로서 매우 범위가 넓으며, 크게 환경공학부문과 건축계획각론부문으로 나누어볼 수 있다. 환경공학 또는 환경과학이라고 하는 것은 인간과 그 주변 환경조건 등을 다루는 학문으로, 빛·소리·열·에너지·바람 등 환경물리에 관하여 연구하는 것이다. 최근 에너지문제의 해결을 위하여 이 부문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지고 있으며, 건축기계설비·전기설비 등은 현대건축의 가장 중요한 부문에 속한다.
다음 계획각론에 속하는 부문은 건축설계의 기본이 되는 프로그램 작성의 기초가 되는 학문이다. 최근에는 발달한 정보이론과 통계학 등과 연계가 많아졌으며, 다분히 사회과학적인 분야를 내포하고 있는 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 다양한 각종 건축물의 각기 독특한 기능과 용도가 대상이 되며, 건축물 종류의 다양성에 맞추어 그 연구대상 범위가 넓어져 부문별로 전문화가 일어나고 있다. 건축 투자 효율성과 경제적인 면도 병행하여 연구되고 있는 반면, 다양한 변화 속에서 건축물로 조형화하기 위한 조화와 통일의 종합화를 꾀하는 학문인 것이다.
셋째로, 구조에 관한 학문분야로는 우선 건축물은 건축하는 데 안전하고 적절한 재료를 사용하여 견고하고 경제적이어야 한다는 대명제를 해결하기 위한 학문이라고 본다. 기초적으로는 응용역학·구조역학 등의 구조해석부문과 일반건축구조·조적식구·철근콘크리트구조·철골구조·기타 특수구조 등의 학문으로, 공학적인 분야라고 할 수 있으며 많은 발전이 이루어졌다.
또한, 건축재료공학에 대한 연구가 매우 중요시되고 있으며, 실제로 건설하기 위한 시공학에 대한 연구, 건축공정관리 및 건축경제에 대한 부문도 이 분야에 속한다고 보겠다. 이상의 3대분야 외에도 건축역사분야가 있다. 한국건축사·동양건축사·서양건축사 등인데, 이것은 공과대학의 다른 과에는 없는 고유의 교과라고 할 수 있다. 즉, 건축의 올바른 인식과 미래의 건축조형을 위한 가장 으뜸가는 교본으로서 인류가 걸어온 건축의 역사를 연구하고 교육하는 것이다.
기타 건축 및 도시계획에 관한 법규에 대한 부문도 최근에 학문적으로 많은 진전이 이룩되고 있다. 또한, 최근 급격히 발전하고 있는 시에이디(Computer Aided Design, CAD)에 대한 분야인데, 이것은 구조계산에서 설계도작성, 프로그램작성과 건축계획 및 디자인·시공계획과 공정관리 및 견적 등에 이르기까지 건축학과의 새로운 교과로 등장하게 되었다.
현재 대표적인 연구소 및 학회는 순수 건축학연구를 목적으로 1945년에 창립된 대한건축학회와 예술적인 차원에서의 건축가 집단으로 1957년 설립된 건축가협회, 건축행정의 업무와 설계·감리를 전담하는 건축사 집단으로 1979년 설립된 대한건축사협회 등을 들 수 있다. 최근의 건축학연구 경향은 각종 전공분야별로 연구가 진행되고 대학마다 대학원의 충실화를 위한 노력과 함께 외국자료만을 위주로 하는 연구방법에서 벗어나 실제적인 조사·연구와 각종 실험을 통한 연구성과의 발표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 건축학의 과제는 앞으로 독자적이고 창의적인 연구가 이루어져 세계에 그 성과를 발표할 수 있도록 하고, 21세기에는 우리 나라 건축가들의 설계작품이 세계 각처에 건축될 수 있는 기초가 되도록 하는 것이다. 특히, 에너지 해결에 대한 연구를 이룩하여 세계적인 견지에서 새로운 에너지 절약형 무공해 건축을 창안하고, 21세기 건축문화 창달에 이바지할 수 있는 건축학의 발달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