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사령굿에서는 긴 무명으로 이승과 저승을 잇는 다리를 상징하고 여기에 영혼을 실어서 저승으로 천도하는 의례를 행한다. 다리굿은 이러한 다리의 상징성이 가장 강조된 굿이다. 즉, 굿당 위 허공에 35자 가량의 무명으로 조상다리·사재[使者]다리·망자(亡者)다리·수왕다리 등 다릿발 4개를 길게 늘여 매고, 망자의 넋을 내린다.
그 뒤 무당이 다릿발 사이를 오가며 염불을 부르면서 극락천도를 염원하는 과정이 굿의 중심을 이루기 때문이다. 이 굿은 평안도에서 일반적으로 행해지는 사령굿인 ‘수왕굿’에 비하여 규모가 큰 굿으로 최소한 이틀 이상이 소요된다. 다리굿은 모두 ‘열네거리’로 구성되어 있으며, 살아 있는 사람을 위한 것과 죽은 사람을 위한 것으로 구분된다. 굿의 순서와 내용은 다음과 같다.
먼저 굿의 시작을 신들에게 알리기 위하여 무악(巫樂)을 울리는 ①‘당울림’을 한다. 이어 무당은 신칼을 들고 잡귀를 물려 굿청을 정화시키는데, 이를 ②‘주당푸념’이라고 한다. 굿청이 깨끗해지면 다리굿에서 모실 무속의 모든 신들을 청해들인다. 이를 ③‘앉은 청배’라고 하는데, 무당은 신의 이름을 부르면서 부채로 신을 굿상 위에 좌정시킨다. 그 뒤에는 산 사람의 복을 빌어주는 신들을 모시게 된다.
④‘칠성굿’에서 명을 주는 ‘칠성’과 복을 주는 ‘제석’을 염불과 바라춤으로 모시고, ⑤‘영정거리’에서는 잡귀인 ‘영정’을 풀어먹인다. 이어서 지역수호신인 서낭을 모시는 ⑥‘가믕·서낭굿’을 하는데, 이때 집장사령이 간신요귀인 자리곰방을 몰아내는 내용이 촌극으로 연행(演行)된다. 다음 재수를 불어주는 흥겨운 ⑦‘대감굿’이 끝나면 본격적으로 망자를 위한 굿으로 들어간다.
무당은 종이로 만든 연꽃에 망자의 넋을 내려 생전에 못한 말을 가족·친지들과 나누는데, 이를 ⑧‘기밀굿’이라 한다. 이어 ⑨‘사자(使者)굿’에서 망자를 저승으로 데려갈 사자를 모신 뒤 무당은 다릿발을 들고 세경을 돈다. ⑩‘다릿발세경’은 허공에 매어놓은 다릿발 사이를 무당과 악사, 그리고 망자의 가족들이 원으로 돌면서 ‘나무아미타불’을 외어 망자의 저승천도를 비는 굿이다.
다음에 무당은 저승을 관장하는 ⑪‘수왕세텬[十王西天]’을 모신 뒤 망자의 가족이나 친지 중 한 사람에게 다릿발을 쥐게 한다. 그리고 격렬한 무악과 무당의 축원으로 망자의 넋이 가족을 통하여 내려 다릿발에 올라앉아 저승으로 가기를 빈다. 망인의 넋이 내리면 ⑫무당은 다릿발을 쥐고 염불을 불러 극락천도를 염원한다.
마지막으로 ⑬무당은 망자의 처지가 되어 가족과 작별을 나눈 뒤 뱃노래를 부르며 극락으로 돌아간다. 끝으로 ⑭‘뒷전’에서 굿에 따라든 잡귀를 모두 풀어 먹여보내는 것으로 굿을 모두 마친다.
평안도는 강신무지역권이어서 신이 무복(巫服)에 따라 온다는 신앙이 있다. 무당은 모시는 신에 따라 수없이 무복을 갈아입으면서 굿을 하는데, 홍관디에 빗갓을 쓰는 것이 정장이고, 칠성굿이나 다릿발을 들고 염불을 할 때는 장삼에 가사(袈裟)를 걸쳐 불교적 색채를 나타낸다.
다리굿은 망자를 위하여 가족이 하는 것이 일반적이나, 생전에 노인이 다리굿을 하면 죽어서 바로 저승에 갈 수 있다고 하여 노인을 위하여 행하는 경우도 있다. 이 굿은 경기도와 황해도의 진오기굿, 동해안의 오구굿, 함경도의 망묵이굿, 전라도의 씻김굿, 제주도의 시왕맞이 등과 같은 계열이지만, 규모가 크고 불교적 색채가 강하다는 점에서 서울의 진오기새남과 가장 비슷하다.
무속에서는 망자가 이승에 미련과 한이 많으면 저승에 들지 못하고 이승과 저승을 떠도는 존재가 된다고 믿는다. 다리굿은 망자가 무당의 입을 통하여 생전에 못한 넋두리를 하여 한을 풀고, 이승에의 미련을 떨쳐버린 뒤 저승에 안주하기를 비는 굿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