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본. 이긍익(李肯翊)의 『연려실기술』 별집 야사서목(野史書目)에는 서명이 ‘문소만필(聞韶漫筆)’로 되어 있다. ‘문소’란 경상북도 의성의 별칭으로 저자의 선향이며 이 책을 쓴 곳이기도 하다.
이 책의 판본으로는 『대동야승』 권55 및 『패림(稗林)』 제6집, 『한고관외사(寒皐觀外史)』 권33·34, 『광사(廣史)』 제9집 소수본(所收本)이 알려지고 있다. 이 중 『대동야승』본은 단권이고, 『패림』과 『한고관외사』·『광사』본은 2권으로 되어 있다.
『광사』본은 1923년의 일본관동대진재(日本關東大震災) 때 불타 버렸으며, 김려(金鑢)의 정사발(淨寫跋)에 의하면, “전에 1권이었던 것을 이제 나누어 2권으로 한다(舊爲壹卷今分爲二卷).”고 되어 있으며, 그 내용도 『대동야승』본과 같다고 한다.
『패림』본 역시 2권으로 나누어져 있어, 상권은 임진왜란 때 영규(靈圭)의 승병 활동에 관한 이야기로 끝나고, 하권은 임진왜란 후의 참상에 관한 서술로 시작되고 있는데, 전체 내용은 『대동야승』본과 똑같다. 단, 이 『패림』본에는 주요 인물들에 대한 할주(割註)가 붙어 있다.
이 책의 서술 연대는 본문 가운데 여러 번 나타나는 ‘금년(今年) 운운’하는 말로써 미루어 알 수 있다.
가령, 저자가 금년의 일이라고 기록하고 있는 것 중, ‘봉용절사신(奉龍節使臣)’의 접대를 둘러싼 한중 양국의 외교적 갈등은 『선조실록』 28년 4월 무오조(戊午條)에서 확인되고, ‘존호삭제(尊號削除)’ 문제는 위의 7월 기축조(己丑條)에서 확인되므로, 이 책은 1595년(선조 28)에 지어진 것임이 분명하다.
이 책의 내용은 저자의 가족에 관한 이야기를 비롯하여 임진왜란을 전후한 체험 및 교우 이야기가 주종을 이루고 있으며, 그 밖에도 복식·풍속·예법에 관한 서술이나 을사사화나 기축년옥사(鄭汝立謀反事件)와 같은 역사적 사건들도 눈에 띈다.
저자는 이 책의 추록(追錄)으로 『갑진만필(甲辰漫筆)』도 지었는데, 이 역시 『대동야승』과 『패림』에 수록되어 있다.